[시론] 중국 증시 폭락은 ‘시장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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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시론] 중국 증시 폭락은 ‘시장의 복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11.

연초부터 중국 경제가 증시 폭락을 반복하면서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 소리를 듣고 있다. 중국 증시가 왜 이렇게 폭락할까? 그 원인을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사우디와 이란의 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 북한 핵실험 등 세계 증시를 뒤흔드는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 증시가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유독 중국 증시만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중국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중국 증시의 문제는 뭘까?

첫 번째는 환율문제다. 위안화는 최근 수년간 평가절하, 즉 환율상승의 압박을 받아왔다. 수출부진으로 중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된 데 따른 귀결일 것이다. 중국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자금의 해외이탈,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진입 차질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를 막아왔다. 인민은행은 환율방어를 위해 수천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소진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위안화의 SDR 진입이 결정되고, 미국이 12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인민은행은 환율 방어의 손길을 놓아버렸고, 그 결과 위안화 환율은 단기간에 급등하기 시작했다. 위안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면서 위안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자 증시 자금은 서둘러 중국을 탈출했고, 그 결과 중국 증시는 연초부터 폭락했다. 인민은행은 이미 환율 안정을 위해 7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탕진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면에 빠졌다. 이 모든 일들은 만약 중국정부가 환율을 시장의 흐름에 맡겼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위안화는 시장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으로 장기간 서서히 평가절하되었을 것이고, 더불어 중국 증시도 널뛰기를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금의 중국 증시 폭락은 환율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중국정부가 마음대로 해온 데 대한 ‘시장의 복수’다.



두 번째는 원칙 없는 규제의 남발이다. 중국정부는 2015년 하반기 증시가 급락하자 상장사 보유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했고, 금지 기간이 1월8일 끝날 예정이었다.이것이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중국 정부는 또다시 방침을 바꿨다. 대주주가 3개월 내 매도하는 주식이 회사 주식의 1%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원칙 없는 땜질식 규제에 다름 아니다. 대주주들이 장외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효과도 별로 없다. 중국정부는 2015년 6월 말에도 주가폭락이 본격화되자 1400개 상장기업의 거래를 무기한 중단시켰다.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였지만, 이들이 7월 들어 증시에 복귀하자 주가는 다시 폭락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증시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서킷 브레이커도 실시 나흘 만에 중단해 버렸다. 서킷 브레이커가 증시 폭락을 부추겼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뚜렷한 근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성급한 결정이었다. 중국정부는 이래저래 시장 참여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공산당 일당 지배의 권위주의 정치에 서구식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로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도 고도성장이 점차 끝나가고 경제의 무게 중심이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옮겨 가면서 정부 역할에 변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일방적인 정책 집행이 아닌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말이다. 작금의 중국정부는 여전히 시장을 자신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 증시 폭락은 중국정부가 시장의 자율기능을 무시해온 데 대한 ‘시장의 복수’다. 투자자의 80%가 개인인 중국 증시의 특성상 ‘시장의 복수’로 인한 피해는 중국의 서민들에게 집중되었다. 중국정부의 시장에 기반을 둔 과감한 개혁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복수는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


정상은 | 한남대 중국경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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