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선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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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시험대에 선 한국 외교

by 경향글로벌칼럼 2021. 3. 24.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2개월이 지나면서 대외정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처한 위협과 대처 방식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적지 않은 견해차를 보이지만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경각심만큼은 공유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에서 중국을 “경제, 외교, 군사, 기술력을 결합해 안정되고 열린 국제 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잠재력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당파성과 세계관 차이,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온 바이든 대통령의 이력 및 성격 차이가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보다는 크지 않은 것이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전략 개념으로 중국과의 경쟁에 접근하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 연속성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세력을 확정할 것인가는 미국 건국 이후 외교정책에서 계속된 논쟁이지만 인도·태평양 개념이 적극 도입된 건 최근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6년 국제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개념을 적극 수용했다. ‘일대일로’ 전략 구상을 앞세운 중국의 공격적인 대외 확장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이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고, 미 국무·국방장관의 일본·한국 방문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중요하게 사용됐다.

 

전통적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정책 담당 기구 명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보인다. 미국은 2018년 5월 하와이 소재 ‘아시아·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명했지만, 미 국무부는 여전히 동아·태국과 남·중앙아시아국으로 나뉘어 있다. 연방 상원과 하원 외교위원회의 소위원회 역시 동아시아·태평양과 남아시아를 구분해 놓았다.

 

명칭이 어떻든 미국의 아시아 전략 변화가 심화되는 미·중 경쟁에서 출발한 만큼 한국에는 도전이다. 한·미는 지난주 개최된 외교·국방장관 2+2회의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연계·협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쿼드 정상회의, 국무·국방장관의 일본·한국 방문, 미·중 고위급회담 등 연쇄적인 외교 일정을 통해 아시아 정책의 초석을 놓으면서 중국의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억압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홍콩 민주주의 억압과 대만에 대한 안보 위협,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한발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다. 이 같은 한국의 대응 방식은 계속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한국이 지정학적 위치라는 현실을 앞세워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원칙적 접근을 회피하는 한 피할 수 없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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