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15일 오후 8시15분 서울 잠실운동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우리의 소원’이 울려퍼진다. 한국민과 재외동포, 세계 시민이 한날한시에 남북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부르는 대합창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서울 불암고 국어교사 황의중씨의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음악제 ‘우리의 소원-천만의 합창 나비 날다’의 대단원이다.
‘우리의 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수없이 불렀을 법한 ‘국민 노래’다. 임수경 의원이 1989년 방북해서 부른 이후에는 북한에도 널리 퍼져 ‘민족 노래’가 됐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남북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수행원들과 손을 잡고 함께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남북 공식 통일 노래’인 셈이다. 서정적인 가락에다 간절한 소망과 의지를 담은 가사로 인해 남북이 모두 좋아하고, 이제는 외국인도 따라 부를 정도이니 ‘국제화’까지 됐다고 할 만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을 합창하는 남북정상회담 대표단 (출처 : 경향DB)
황씨가 ‘나비 날다’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것은 이 노래가 더 이상 불리지 않고 점점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17명에게 물어보니 1명만이 이 노래를 안다는 것이다. 통일이 젊은 세대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는 이벤트를 열고 싶었다. 문제는 비용이지만 황씨는 1000만명을 모으고 이들로부터 1000원씩 모금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며 용기를 냈다고 한다.
원래 ‘우리의 소원’은 1947년 극작가이자 소설 삽화가 등으로 활동하던 안석주씨의 노랫말에 당시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이던 그의 아들 안병원씨가 곡을 붙인 노래였다. 삼일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발표될 당시 가사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다. 이듬해 남북 분단이 되면서 ‘독립’ 대신 ‘통일’로 바뀌어 불리게 된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살던 작곡자 안씨가 지난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생전 소원은 ‘우리의 소원’이 그만 불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백만, 아니 천만의 합창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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