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김정은 방러 포기, 국제적 고립 탈출 포기 아니길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 김정은 방러 포기, 국제적 고립 탈출 포기 아니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러시아가 발표했다. 러시아는 당초 참석한다고 했던 북한이 불참으로 입장을 바꾼 이유를 “북한 내부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내부 사정이 무엇이든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무산은 아쉬운 일이다. 김 제1비서가 북·러 정상회담 개최와 북한 지도자의 다자회의 참석을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놓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주변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특히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소원해졌다. 게다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중관계는 정례적인 정상회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지난해 5월 북·일이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 합의를 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었던 북·일관계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래 단절된 남북관계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로 건설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런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의 전승절 초청을 수락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모종의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국제회의 참석은 김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부 사정이 국제적 고립으로 회귀하는 전략으로 후퇴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김 제1비서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9월 중국의 항일전 7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은 물론 다른 외국 정상들과도 교류함으로써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주변국도 대북 제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북한 고립 탈피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가 어제 지방정부의 남북 사회·문화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남북간 민간교류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은 의미있는 조치다. 그런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면 5·24 대북제재 조치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변화해야겠지만 주변국들도 북한을 국제사회로 유인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