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일본의 고래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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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일본의 고래 집착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8.

2016년 1월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의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해킹 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의 공격에 의한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일본이 고래를 죽이는 데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어나니머스는 그 한 달 전에는 아베 신조 총리 등의 홈페이지를 공격했다. 세계인들이 일본의 고래잡이를 얼마나 비판해 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래잡이의 원조는 한반도 원주민이란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돼 있다. 청동기 시대 유물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있는 다양한 고래 사냥 그림 때문이다. 2000년 반구대 암각화가 국제학회에 보고된 이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인류 최초의 포경인은 기원전 6000년대의 한국인이라고 정의 내렸다. 상업적으로 고래잡이를 한 최초의 사람들은 11세기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인들이다. 떼를 지어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작살로 고래를 잡았다. 그러다 19세기 들어 노르웨이가 작살포를 개발하면서 포경은 산업이 됐다. 사람들이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남획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자 포경 규제를 위한 국제적 움직임이 시작됐다. 드디어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전 세계의 상업적 포경을 금지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일본도 1988년부터 포경 금지에 동참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나 일본은 연구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고래를 대량으로 계속 잡으면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호주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재판소는 2014년 남극해에서 일본의 포경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 일본이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고 국제포경위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지난 26일 선언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은 옛날부터 고래를 식량과 여러 용도로 이용하는 문화와 생활이 구축돼 왔다”는 이유를 댔다. 자신들의 문화를 위해 고래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면 전 세계에는 재앙이 된다는 점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스가 장관은 “고래 종 중 충분한 자원이 확인된 게 있는데도 보호만을 중시한다”고 말했는데, 전 세계가 수십년 동안 보호해 늘려놓은 고래를 독차지하겠다는 심보라는 비난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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