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힐러리의 UFO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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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힐러리의 UFO 공약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5. 12.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은 변호사,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치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가 지난해 말 “대통령이 되면 미확인비행물체(UFO·Unidentified Flying Object)에 관한 정부 서류들을 조사하고 기밀을 해제해 공개하겠다”고 말할 때만 해도 농담인 줄 알았다. 이 같은 공약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어울릴 법하지만 힐러리는 꽤 진지하다. 뉴욕타임스는 10일 그가 UFO 신봉자들을 들뜨게 만들고 있으며 최초의 ‘ET(외계 생명체) 후보’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는 1995년 8월 유명한 억만장자 자선가 로렌스 록펠러와 만나면서 UFO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폴 데이비스가 지은 <우리뿐인가? : 외계 생명체 발견의 철학적 의미>라는 책을 들고 록펠러와 산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선 유세에서는 “UFO는 옛날 표현이며 요즘은 UAP(Unexplained Aerial Phenomenon·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항공현상)라 부른다”면서 최신 연구흐름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인인 그가 표를 계산하지 않고 UFO 공약을 들고나왔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 민주당이 집권해야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힐러리로서는 드넓은 우주에 대한 이해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1976년 대선 당시 UFO 관련 정부 비밀정보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영 생뚱맞다고 할 수도 없다. 비록 공약을 지키진 못했지만 카터는 “10분이나 UFO를 봤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환하게게 웃고 있다_AP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은 10일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전송한 자료를 통해 지구와 비슷한 행성 1284개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지의 존재가 과학의 발전을 자극하고 힐러리가 집권하면 UFO 관련 연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우주비행사를 꿈꾼 힐러리로서는 속으로 개인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UFO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미국인이 63%에 이르고, 그의 UFO 공약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입도 변수다.


오관철 논설위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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