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1년 후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오바마의 1년 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1. 13.
김준형|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과연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과 없이 끝난 후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재선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내년 대선은 자신의 관심사 중 최후순위이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에 온 마음을 쏟고 있다고 답했다. 립서비스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다른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재선가도의 아킬레스건은 경제이며, 구체적으로는 실업률이다. 공교롭게도 기자회견 시점은 미국의 실업률이 9%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대공황 당시 대통령이던 루스벨트를 제외하면 이 정도의 높은 실업률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조지 H W 부시 이후 20년 만에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도 경제불황이 단임으로 끝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현직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이 유효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원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인가? 버락 오바마는 3년 전만 해도 역대 누구보다 변화의 상징이었고, 그 덕으로 당선됐다. 이제는 도리어 변화의 대상이 된 것을 보면 상황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정치의 역설이 짓궂다.

오바마가 이렇듯 곤경에 처한 만큼 공화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높아야 하는데, 공화당의 사정도 별로 나아 보이지 않는다. 대선후보자들이 갖가지 스캔들로 줄줄이 경쟁에서 낙마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 외에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롬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오바마를 앞선 적이 없다. 공화당 측에서는 예비경선이 시작되면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확실한 승산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화당이 1년 전 중간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비판의 몫을 나눠져야 하게 생겼다. 전면에 표방하는 균형예산도 실업률 감소에는 약점을 보이고, 게다가 금융위기 발생에 대한 원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과거 어느 시기보다 첨예한 갈등과 네거티브 선거전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후보자 간의 경쟁을 넘어 정부 역할에 대한 보수와 진보 간의 분열적인 이념투쟁이 될 가능성도 아주 높을 것이라고 한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어서 미국인들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를 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지난 3년을 평가할 때 오바마는 외교 분야에서 의외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빈 라덴의 제거, 카다피 독재정권의 붕괴, 러시아와의 새로운 핵무기감축안 합의 등 쉽지 않은 일들을 해냈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도 극적 해결은 없었지만, 상황은 호전됐다. 대북 ‘전략적 인내’도 미국 내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래서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대북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공화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더 나쁜 결과도 가능하다. 대중 봉쇄와 대북 압박의 강화로 신냉전적 긴장구조가 본격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발표되고,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을 언급했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의도는 국내용, 대이란 경고용, 대미 압박용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오바마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이란과 북한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압박의 수위를 어느 정도 올릴 수는 있지만 모험적 시도나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고 본다.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외정책이지만 과욕을 부릴 경우 일을 오히려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오바마는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응형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 합의 없는 맨손 결투  (0) 2011.11.27
대서양에서 태평양 시대로  (0) 2011.11.20
'시리아의 만델라’  (0) 2011.11.06
유로의 위기와 기회  (0) 2011.10.30
‘보톡스 여왕’ 크리스티나의 변신  (0) 2011.10.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