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이 체결되었다. 국방부는 부정하지만, ‘미사일 방어(MD)’ 체제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디게 되었다. 이미 여러 곳에서 그 전조가 보였다.
3월25일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와 군사 협력 등 양 부문에 관한 결속을 강화하는 특별히 진전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협력에 “한·미·일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이 포함된다”고 꼭 집어 말했다. 아베 총리는 싱글벙글 웃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한 달 후 4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 대통령 옆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간 공동 비전에 따라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 방어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군의 공동 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5월22일 미 하원은 국방수권법 1234항을 통해 “국방장관은 한국과 미사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평가작업을 실시하고 이를 6개월 이내에 하원 군사위에 보고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이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설이 미국 고위 국방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10월24일,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연기가 발표되었고, 환수의 3가지 조건 중 하나인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구비”가 곧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와 킬체인의 구축이다. 그리고 12월26일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에 국방부 차관이 서명한다. 이제 우리는 미·일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에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국방부는 약정을 선택해 국회의 비준을 피했으며, 이미 서명한 약정서를 국회에 내밀고 “어쩔 건데?”라며 뻗치기를 했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와 사드 개요 (출처 : 경향DB)
문제는 일본과 겉과 속이 다른 대일외교가 아니다. 과거사 문제로 최악인 한·일관계 속에서도 그간 금기시된 한·일 군사협력의 빗장을 푼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정부의 창조안보라고 치자. 우리나라 안보에 중요한 사항을 공유 약정으로 체결해서 국회의 비준을 비켜난 꼼수는 오히려 혁신적이라고 하자. 이 두 가지로 논쟁을 하면 팔짱 끼고 웃고 있을 세력이 있다.
문제의 본질은 한국이 한·미·일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미·일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편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약정은 미국 MD 체계 명령통제(Command & Control)의 단일화 과정의 시작이다. 정보 공유 없는 군사협력은 불가능하다. 전략정보 공유가 첫걸음이라면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작전 개념 개발이 두 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가상의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이어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될 것이다. 이미 일체화된 미·일동맹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수십조원의 국방비를 미사일 방어에 사용할 것이다. 이 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은 점점 더 완벽한 위협으로 변형될 것이며,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와 협상은 그 정당성을 잃어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이지, 중국과 상관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경부선 기차를 탔는데, 목포로 간다고 우기는 꼴이다. 결국, 안보의 지록위마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안보 수단이다. 우리의 힘도 부족하니 힘센 국가와 공조해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이성적 수단이 곧 동맹이다. 그러나 안보 수단인 동맹이 안보의 목적이 된 한 해가 2014년이 아닐까. 자동으로 5년간 상승하게 될 방위비 분담금, 용산에 잔류하게 될 연합사, 사실상 무기 연기된 전시작전통제권, 그리고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이들이 상징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동맹우선론이며, 한국의 통시적 이익의 위축이다. 예비역이든 현역이든 군인이 주도하는 안보가 고도의 정치적 사안인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를 얼마나 고심하였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침묵의 대통령이 한반도 미래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심했는지 그 외로운 고뇌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 당황스럽다. 2014년이 바다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한 해이지만, 다음 세대에도 이 지긋지긋한 분단과 어두운 안보 상황을 물려줄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최종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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