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어제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약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3국의 국방차관이 29일 서명하는 이 약정은
한국이 북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통해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미국을 통해 한국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을 매개로 한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비교된다. 협정은 한·일 간 직접 포괄적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반면, 약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 공유로
국한하고 있다. 협정과 달리 약정은 국회 비준을 받지 않는다. 내용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협정을 우회하는 이점은 공론화
없이 정부 내부 절차로 조용히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국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투명하게 추진한다는 정부의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싱가포르 3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약정 추진을 밝혔지만 이후 진행 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다. 정부가 한·일 협정을 우회해 국회와 시민의 논의를 피하려는 것은
그만큼 이 약정이 국회와 시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정이 협정 때와 같은 문제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협정의 포괄적 군사정보의 핵심이 곧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란 점을 고려하면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한국이 연계된다는 협정의 문제점 역시 해소되지 않는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26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3국 간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가 그 첫 단추가 되리라는 것은 이미 널려 알려진 일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자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시키려 줄기차게
노력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상호 운용할 것을 요구해온 것도 그 일환이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를 반대했던 미국이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한국이 3국 군사정보공유 체제에 참여한 대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만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이미 편입된 일본과 함께 한국이 묶인다면 장차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체제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3각 군사동맹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잠재적 적으로 삼는 일이다. 자칫 한반도 주변을 한·미·일의 ‘남방
삼각’ 대 북·중·러의 ‘북방 삼각’ 대결이라는 냉전시대 구도를 재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정부는 한반도 주변에 대결구도를 짤 때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구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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