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단 70년, 북한 김정은의 ‘대화 제의’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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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분단 70년, 북한 김정은의 ‘대화 제의’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1.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하며 남북대화 의지를 강력 천명했다. 어제 신년사 육성 연설을 통해 올해 남북관계에서의 대전환을 이룩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도 새해 일성으로 “한반도 냉전을 종식하고 분단 역사를 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는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고위급 접촉 재개 제의 뒤 사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이에 대한 회답 성격도 있다. 분단 70주년 새해 첫날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와 남북교착 상태를 한번에 논의할 수 있는 큰 틀의 회담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북한 지도자의 신년사는 매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기대를 모았으나 남북은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지난해에도 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대화제의와 요구만 반복했을 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 제1위원장 최측근 3명의 남한 방문으로 대화 복원 기회가 마련됐으나 대북 전단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날려버렸다. 남북대화에서는 대화 성사를 위한 진지한 노력과 실천적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김 제1위원장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는 북한의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와 중국과의 관계 소원에 따른 대외적 고립의 돌파구 측면이 강한 것이다. 경제 문제를 남한의 지원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도 남북대화 재개의 정치적 필요성은 김 제1위원장 못지않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데다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파문 등으로 약화된 국정 추진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군 고위 간부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 제1비서가 다른 군 간부들에 비해 한 발짝 정도 앞에 서 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는 남북 지도자의 정치적 동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올해는 분단 7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다. 정부는 분단의 질곡을 종식하고 평화 공존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 남북 대치상황이 남한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원천이 되고 있는 현실도 중요한 문제다. 일부 보수세력은 이런 상황을 이용, 사사건건 북한을 물고 들어가는 그릇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북 평화공존은 남한 사회의 이념갈등을 완화하는 길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신년사로 일단 대화의 계기는 마련됐다. 정부는 남북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긍정 평가한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국대화 개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위급 접촉이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다른 회담도 가능하다는 유연함을 보인 것이다. 차제에 5·24조치 완화 등도 검토하기 바란다.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기는 북측도 마찬가지다. 김 제1위원장은 대화, 협상의 실질적 진척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 한·미군사훈련 문제 등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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