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국의 기적과 애플 노동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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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특파원칼럼]중국의 기적과 애플 노동착취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2. 9.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2010년에 대만의 세계적 전자부품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 근로자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했다. 10명이 넘는 꽃다운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중국과 해외 언론들은 폭스콘의 살인적 노동강도와 비인간적 처우를 질타했다.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약속하면서 불을 끄는가 싶더니 올 연초부터 재차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와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의 폭스콘 근로 실태에 대한 폭로 기사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2010년에는 자살망령의 원인을 제공한 폭스콘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폭스콘으로부터 부품을 납품받는 애플이 비판의 타깃이 되고 있다. 랑셴핑(郞咸平) 홍콩중문대 석좌교수는 2010년 당시부터 폭스콘보다 애플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AP연합뉴스) 폭스콘의 연차총회장 밖에서 스티브 잡스와 중국 노동자들을 형상화한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는 폭스콘을 애플의 하수인으로 보면서 “폭스콘이 군대식 경영을 채택한 것은 배후에 있는 검은 세력, 애플이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제품이 중국 노동자들의 과도한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전 세계인들이 공분한다. 반면 중국 젊은이들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폭스콘에 들어가려 줄을 서 있다. 폭스콘 공장의 생산직 직원 모집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구직자들이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공장앞에 줄을 서 장사진을 이룬다. 비인간적 근로에 환멸을 느낀 여성 근로자가 “너를 대신할 사람은 중국에 얼마든지 있으니 일하기 싫으면 떠나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국 언론들은 “밖에 있는 사람은 들어가고 싶어하고, 안에 있는 사람은 나오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단 나오면, 다른 제조업체들의 대우가 폭스콘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 애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는 점 외에 중국이 저임금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가 쉽지 않으며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질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현실론이 강해 보인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팔리는 애플 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밀릴 경우 저임금의 장점이 없는 중국에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불가피하게 남는다 해도 생산성, 수익성 제고 방안을 찾아 골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

애플·폭스콘식 기업 모델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현실론에 파묻힌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에는 폭스콘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으로 소비 수요를 끌어올리고 중산층을 늘려야 서방에도 새로운 소비 시장이 열린다. 중국의 체제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1980~1990년대 태어난 중국 젊은층은 밤샘 근로를 환영했던 농민공 1세대와는 다르다. 합당한 대우를 원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지면 노사관계는 긴장될 수밖에 없고 자칫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경향신문DB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이뤄낸 성과는 기적적이다. 요순시대 이래로 이처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었을까란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톈안먼 사태 이후 동력이 떨어지던 개혁·개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나선 지 20년이 된다. 선부론(先富論·능력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는 것)을 주창했던 그가 폭스콘 공장에서 신음하는 근로자들을 봤다면 어떤 처방을 내놓았을까?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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