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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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29

누가 누구의 ‘도모다치’인가 3년 전 일본 동북지방에서 일어난 3·11 지진-해일-핵 참화에서 미군, 특히 해군과 해병대는 재난구호에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은 일본어의 친구라는 의미의 ‘도모다치’ 작전으로 불린다. 미 해군이 보낸 20여척의 배 중에는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도 있었다. 이것은 중요하다. 센다이 공항이 파괴된 상황에서 로널드레이건호는 그 일대에서 유일하게 가용한 비행장이었다. 헬기는 함상에서 식량·옷·담요를 실어날랐고, 관측항공기는 피해 정도를 조사했으며, 해병대는 인명 구조와 제염 작업을 위해 파견됐다. 나중에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도모다치 작전으로 일본 내 미군의 인기가 올라갔다. 하지만 이제 그 ‘우정’이 도전에 직면했다. 로널드레이건호에 승선한 미 해군과 해병대원들 중 70여명(수는 늘어나고 있다)이 도쿄전력을 상.. 2014. 3. 25.
아베·오바마와 오키나와의 싸움 지난 칼럼에서 나는 미·일이 미 해병대 후텐마 공군기지를 기노완시에서 북오키나와 나고시의 헤노코로 옮기려는 계획에 대해 썼다. 또 히로카즈 나카이마 현 지사가 작년 말 어떻게 2010년 선거 공약을 깨고 도쿄 정부의 헤노코 기지건설 시작을 승인해줬는지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오키나와가 낙심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사람들이 “아무리 해도 결코 이길 수 없어. 그러니 포기하자”라고 한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또 하나의 시험대가 있었으니 1월19일 나고시장 선거였다. 현 시장 이나미네 스스무는 과거에 기지 건설 반대를 공약하고 시장이 됐다. 그에게 도전장을 낸 두 후보는 기지 건설을 지지했다. 아베 신조 정부에 이것은 꼭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그들은 당 고위직과 고관들을 내려보내 기지 건설.. 2014. 2. 11.
‘오키나와와 식민지’의 엘리트 계급 오키나와 역사에서 12월27일은 암흑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오키나와 현 지사 나카이마 히로카즈는 그날 그의 선거공약은 물론이고 지난 3년간 했던 말들, 그리고 오키나와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지사의 의무를 팽개치고 미·일 정부가 미 해병대 기지를 북부 오키나와 헤노코 매립지에 건설하려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번 일은 식민지 지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연구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카이마가 마치 프란츠 파농, 알베르 메미 같은 반(反)식민주의 지식인들의 저작을 탐독한 뒤 그대로 행동에 옮긴 것 같은, 식민주의의 아주 고전적인 사례다. 그들이 썼듯이, 식민지는 외부의 힘만으로 지배할 수 없다. 식민지 지배를 받는 사람들, 특히 그 중에 엘리트 계급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엘리트.. 2014. 1. 13.
정부와 거짓말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비밀보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전체 사실을 얘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세상에 발표했다. 전체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거짓말할 의도를 공공연히 밝힌 거라고 볼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1971년 이라는 에세이에서 지적했듯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밀, 속임수, 고의적 허위, 명백한 거짓말을 합법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유사 이래 늘 있어왔다”. 물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이번에 일본 정부가 했듯이(비록 무심코 그랬다 하더라도) 거짓말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 경우는 드물다. 아렌트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내부고발 행위 중 하나인, 대니얼 엘스버그가 펜타곤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넘겨준 사건에.. 2013. 12. 23.
“전쟁은 평화” 나는 이번 학기에 오키나와 국제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여러 텍스트 중 학생들에게 읽히는 것은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쓴 소설 다. 이것은 E M 포스터의 단편 (1909), 카렐 카펙의 희곡 (1909), 자미아틴의 (1922), 올더스 헉슬리의 (1931), 레이 브래드버리의 (1953)과 더불어 20세기의 훌륭한 디스토피아 저작들 중 하나다. 각 작품은 미래를 그린 픽션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가르쳐주는 바가 있다. 디스토피아 픽션은 사회 분석의 한 방법이다. 저자는 어떤 흐름을 포착해 그것이 계속 이어질 경우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그려낸다. 포스터와 카펙에게 그것은 노동의 기계화였고, 헉슬리에게는 기술적으로 생산된 ‘행복’이었다. 브래드버리에.. 2013. 11. 25.
아베와 ‘방사능 올림픽’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를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 적임지로 홍보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단언컨대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도쿄에는 어떠한 위험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말은 일본 주류 언론이 보기에도 좀 과했던지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다. 보수적인 도쿄 도지사 이노세 나오키도 완곡하게나마 이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아베의 말은,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뜻이지 “지금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예전 칼럼에서 소개한 적 있는 반원전 저널리스트 히로세 다카시의 반응은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이다. 히로세가 보기에 아베의 말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그는 이 거짓말을 전 세계, 특히 전 세계 스.. 2013. 10. 21.
일본 우익은 왜 나치 시절을 낭만화하나 일본 주간지들에 떠도는 소문이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독서를 전혀 하지 않고 만화만 읽는다는. 그가 총리였을 때 관용차 뒷좌석에 만화책을 숨겨두고 이동 중에 읽었다고 한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가 최근 구설수에 오른 일이 잘 설명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7월29일 극우 성향의 청중들 앞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어느 날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 바이마르헌법이 나치헌법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이마르헌법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바뀌었다. 우리도 거기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그는 그 말을 철회했다. 문제는 그런 유의 말은 철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술사가 실수로 소매 안에 숨겨진 카드를 노출했다면, 그것을 다시 숨기려 든다고 해서 그.. 2013. 9. 16.
휴대폰과 전체주의 내가 절대 갖고 싶지 않은 것을 꼽자면 첫번째는 암(癌)이고, 두번째는 부러진 다리, 세번째는 휴대전화다. 휴대전화를 꼽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다. 나는 전화벨이 울리는 걸 싫어한다. 울리는 전화벨은 마치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 당장 멈추고 전화를 받으라는 명령처럼 느껴진다. 독서 중일 수도 있고 요리를 하거나 연애를 하는 중일 수도 있지만 뭐든 상관 없다. 전화벨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들어야 한다. 나는 도쿄에 살 때 대도시 거주의 기쁨 중 하나가 익명성에서 오는 자유라는 점을 알게 됐다. 기차를 탈 때나 분주한 거리를 거닐 때,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매일 일터.. 2013. 8. 20.
일본 자민당이 헌법을 개정하려는 진짜 이유 나는 지난 1월15일자 칼럼에서 일본 자민당의 헌법개정안을 다뤘다. 요즘 2006년 쓴 책 (헌법은 정부에 대한 명령이다)의 후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안을 최근 몇주간 좀더 주의깊게 연구했다. 이 칼럼에서는 최근 연구에서 알게 된 것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한국의 독자들도 이웃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국 헌법은 전후시대의 산물로, 대일본제국 정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일본 국민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헌법 제정 이후 자민당은 그 권력을 자신들이 되찾아오기를 원했으나 국민들은 자민당에 다시 권력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했다. 현행 자민당 헌법개정안은 국민으로부터 그 권력을 다시 빼앗아오는 식으로 설계돼 있다.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석수 3분의 .. 2013.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