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578 [목수정의 파리통신]바로잡고 되돌리는 올랑드 내각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5월17일 프랑수아 올랑드를 대통령으로, 장마르크 에로를 총리로 하는 새 내각이 출범했다. 공약대로 34명의 장관 중 17명이 여성장관이다. 사르코지가 갑자기 30% 인상시켜 놓은 대통령 급여와 장관 급여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5년간,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던 정권이 사라진 후, 그간 곪아 터진 불만과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의 개혁방향은? 너무 간단하다. 갈등의 현장들에 시민들이 쌓아둔 여론을 수렴하는 것. 오직 그것뿐. 새 장관들은 빠른 속도로 각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동안 먹통 정부를 모시고 살아 오느라 상처투성이가 된 프랑스 사람들 얼굴엔 조용한 안도감이 찾아든다. .. 2012. 5. 22. [특파원칼럼]진보의 ‘갈라파고스화’ 서의동 도쿄 특파원 일본 나가노(長野)현 기타사쿠(北佐久)군에 아사마(淺間)라는 이름의 산장이 있다. 일본 수도권의 휴양지인 가루이자와(輕井澤)에서 멀지 않은 이 산장에서 40년 전 벌어진 열흘간의 농성사건은 일본의 혁신운동의 운명을 바꿔놨다. 1972년 2월19일 혁신운동 조직의 한 분파인 렌고세키군(連合赤軍) 조직원 5명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산장에 잠입했다. 이들은 관리인의 아내를 인질로 잡은 채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경찰 2명과 민간인 1명이 죽고 수십명이 중경상을 입은 이 사건의 마지막 날인 2월28일에는 경찰이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부수고 들어가 진압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돼 89.7%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열흘간의 총격전보다 일본 국민을 더 전율케 한 것은 ‘내부공산주의화의.. 2012. 5. 16. [목수정의 파리통신]깊은 안도, 불투명한 희망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지난 일요일 저녁 8시. 전광판에 새로운 엘리제궁의 주인 얼굴이 떠오르자 다수의 프랑스인들은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여론조사들이 보증해 준 승리였지만, 18%의 극우세력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찔할 정도의 박빙이었다. 그러나 사회당의 지난 대선주자이자 올랑드의 전 부인인 세골렌 루아얄의 말을 빌리자면 “사르코지 캠프가 구사한 그 모든 공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룬 승리”이므로, 명백하고 위대한 좌파 전체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승리의 이날, 많은 사람들은 유난히 ‘상처받고 찢기고 짓밟혔던’ 지난 5년을 떠올렸다. 자신의 악수를 거부하던 농부에게 “불쌍한 멍청아, 꺼져버려”라고 내지르던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다수의 국민들을 그 .. 2012. 5. 8. [특파원칼럼]더 작아진 일본 외교 서의동 도쿄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야 워낙 유명한 극우 포퓰리스트여서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이는 일본 안에서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그가 최근 미국 워싱턴 강연회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어온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도쿄시민이 낸 세금으로 사들이겠다”며 오랜만에 ‘한방’ 날렸다. 일본 민주당 정부에 트라우마가 있는 센카쿠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비롯해 각료들이 “그렇다면 정부가 매입하겠다”며 뒷수습에 나섰다. 외교 파장도 커져 아들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信晃) 자민당 간사장은 중국 방문을 취소했다. 그가 방중 때 강연하기로 한 상하이대학이 “부친의 발언 파문.. 2012. 4. 25. [목수정의 파리통신]프랑스 대선 1차투표 관전기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80%의 투표율, 비 내리는 일요일, 더구나 부활절 방학 한가운데 낀 주말이었다. 유권자 상당수가 휴가를 떠난, 이 몹쓸 타이밍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그 첫 충격은 80%의 투표율이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현 정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의미했다. 얇은 소책자 가 프랑스에서 200만부나 팔렸던 것도, 거짓을 일삼고, 부자들에겐 선물을, 나머지 국민들에겐 노골적인 우롱을 일삼은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그 분노를 선거를 통해 결연하게 토해냈다. 극우의 약진, 예상대로 사회당의 올랑드와 현직 대통령 사르코지가 2차 투표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것을 확인한 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린 곳은 18%를 얻은 극우정.. 2012. 4. 24.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지난 주말, 파리 레알 지구에 있는 이노상트 분수대 옆에 일군의 예술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모였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그러나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의 사르코지와, 우유부단한 이미지의 사회당 대선주자 올랑드라는 탐탁지 않은 선택지 앞에서 선거정국은 희망으로 들썩이기보다, 잘못 끼워진 단추인지 알면서 계속 끼워가야 하는 쓴맛에 질척인다. 이날 분수대 옆에 차분히 모여든 이 여인들은 바로 지겹도록 보수적이고, 신자유주의적 야망의 이빨을 숨기지 않는, 엇비슷한 놈들끼리의 잔치에 와락 찬물을 끼얹는다. 조에 레오나르드(Zoe Leonard)가 쓴 격렬한 텍스트를 대중 앞에서 함께 낭송하면서.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2012. 4. 10. [특파원 칼럼] 일본 청년들이 불행한 이유 서의동 도쿄 특파원 올해 93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요즘도 언론에 등장해 정국 현안에 대해 왕성하게 발언한다. 신문기자를 거쳐 30여년간 정치평론가로 일해온 82세의 미야케 히사유키(三宅久之)는 올해 들어서야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은퇴했다. 79세의 극우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 한 81세까지 지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도쿄 도심 오피스가로 향하는 아침 전철에서는 정장을 빼입은 세련된 노신사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다. 정년이 65세까지 늘어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들르는 동네 편의점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 점장이 건강한 목소리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치며 분위기를 돋운다. 기업에선 후배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2012. 4. 4. [목수정의 파리통신]선거철만 되면 일어나는 일들 목수정 작가·파리 거주 선거철만 되면 휴전선 부근이 뜨거워지고, 희생자가 생겨나고, 정국은 경색된다. 희생자가 있으니 가해자도 분명히 있을 터. 그 가해자를 향한 응징의 목소리가 우파의 상승세를 돕는 방향으로 승화되고 변화를 지향하는 마음을 위축시킨다. 음모인지 우연인지, 선거가 임박하면 발생하곤 하는 총격사건의 전설은 프랑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재선을 위한 출사표를 던진 지 한 달. 그러나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여전히 1위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때. 마침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한다. 11일, 15일, 19일, 이렇게 정확히 사흘 간격으로 스쿠터를 탄 총격범이 모두 7명을 사살했다. 사살당한 첫 세사람은 아랍인 출신의 군인. 나머지 네 사람은 .. 2012. 3. 27. 프랑스 엘리트 학생들의 '탈출' 유럽 최고 MBA로 꼽히는 HEC파리, 프랑스 최고 엘리트 양성기관 에콜 노르말, 시앙스포 등.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탈출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 고학력 엘리트들의 잇단 학업 중단사태를 종용하는 원인은 학비 마련에 대한 부담도,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아니다. 경제위기에 즈음하여 붕괴하기 시작한 고도성장의 신화, 그 허망한 신자유주의 시스템 위에 얹혀 착취에 공모하는 행위에 대한 염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징후를 드러내던 탈성장의 한 현상인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부모의 기대와 손에 잡힐 듯한 상류사회의 삶을 저버리고, 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 달려간 곳은 대부분 수공업자로서의 새로운 삶이다. 교수와 번역가의 미래를 꿈꾸며, 소르본대학에.. 2012. 3. 13.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