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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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52

언론 자유 없는 ‘민주주의’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하고 올바른 정치 방향과 여론의 방향, 가치 지향을 견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와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언론인 교육 규정의 내용이다. 이 규정은 신문·방송·인터넷 등 허가된 모든 매체에 종사하는 언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규정에 따르면 기자증을 소지한 모든 언론인은 내년부터 연간 90시간 이상 인력자원사회보장부나 성급 이상 지방정부의 관련 부서 등이 주관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내용에는 정치이론과 법률, 직업윤리뿐 아니라 업계 발전에 필요한 신지식과 신기술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를 사실상의 사상 교육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존에 언론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사상 교육을 모든 기자들에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21. 10. 27.
내부고발, 그리고 민주주의 “나는 오늘 페이스북 제품들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건이 지난 5일 미국 연방상원 청문회 증인석에서 한 말이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하면서 알게 된 페이스북의 이면을 정부 기관과 의회, 언론에 폭로한 인물이다. 페이스북 관련 내부고발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4월 페이스북을 퇴직한 하우건의 폭로는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그는 페이스북이 자사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위험과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익을 앞세웠음을 보여주는 수천쪽의 비공개 자료들을 정부 규제당국과 의회, 언론에 제공했다. “아버지, 제가 오늘 선출된 공직자들에게 말하기 위해 이곳 미.. 2021. 10. 13.
반중 정서와 친중 프레임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유엔총회 기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 장관은 지난 22일 미국외교협회 초청 대담에서 진행자가 한국과 일본, 호주, 미국을 ‘반중국 블록’으로 규정하려 하자 “그건 중국인들의 말처럼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점점 더 공세적이라는 것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20년 전 중국이 아니고 경제적으로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 발언으로 ‘중국 외교부장’ ‘중국 대변인’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외교부는 곧바로 정 장관 발언에 대해 “중국의 공세적 태도를 자연스럽다고 한 것이 아니라 외교·경제력 등 국력 신장에 따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인 국가의 국제 위상 변화 차원.. 2021. 9. 29.
미 대통령들, 닮은꼴 독트린 “후보 시절 나는 미국 외교 정책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경험과 역사, 세계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이해에 의해 인도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때 우리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 “첫째,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와 함께 우리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미국의 핵심 국가 안보 이익에 분명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이것은 다른 나라들의 재건을 위한 대규모 군사작전 시대의 종료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연설이라고 해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주인공은 스타일과 정책이 극과 극으로 대비되.. 2021. 9. 8.
빈부격차와 공동부유 베이징 거리에 나서면 쉽게 접하는 이들이 있다. 메이퇀(美團) 같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와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표되는 차량공유업체의 기사들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음식 배달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디디추싱 기사들은 대중교통 운전사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정책은 더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차량공유업체가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낮추고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응해 기사의 노동권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음식 배달 노동자 권익 보호 지침도 내놨다. 배달 노동자들을 사회보험에 가입시키고, 그들의 평균 수입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를 외신들은 기업 규제라는 관점에.. 2021. 8. 25.
‘리틀 트럼프’의 코로나 도박 “당신은 그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치료실(ICU)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개탄스럽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를 향해 이같이 일갈했다. 어린이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플로리다주 소재 한 아동병원 ICU에 입원해 있는데 이들이 마스크를 썼다면 입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학생들의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틀어 반격한 것이다.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디샌티스의 정치적 도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2018년 40세 나.. 2021. 8. 11.
대홍수 참사의 교훈 중국은 지난 한 주 허난(河南)성에 쏟아진 폭우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허난성에서는 이번 폭우로 지난 26일 현재까지 69명이 사망하고, 129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鄭州)시다. 이곳에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201.9㎜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섬 지역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지난 17~20일 72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617.1㎜로, 이 지역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와 맞먹는다. ‘천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는 지형적 특성과 태풍의 영향, 기상이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인력으로 막을.. 2021. 7. 28.
백신 거부 설득과 강제 사이 지난 4일 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해병대 전쟁 기념비’에 많은 미국 시민들이 모였다. 포토맥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수도 워싱턴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 중 하나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불꽃놀이는 기대보다 소박했지만 마스크를 벗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여름밤 나들이 나선 미국인들의 얼굴에선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벌이며 ‘일상의 회복’을 만끽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 선언에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타격을 받으며 한없이 체면을 구겼던 미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신감은 백신이다. 지난.. 2021. 7. 14.
홍콩보안법과 두 개의 기념일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 반중·민주성향의 홍콩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이 지난 27일 이런 내용의 성명을 올리고 이전에 게재한 칼럼을 모두 내렸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 왕조시대에 행해졌던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 방식이다. 서책이나 문서에 적힌 내용이 황제나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며 지식인들을 숙청했던 사건들을 일컫는다. 이 매체는 “홍콩에 문자의 옥이 왔기 때문에 모든 후원자와 필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난달 이전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글, 독자 기고 등을 모두 내리고 필자와 게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가 당국의 탄압으로 문을 닫은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보안당국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 2021.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