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여적]세 손가락 경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시민들 사이에서 ‘세 손가락 경례’가 번지고 있다. 하늘을 향해 펼치는 검지·중지·약지는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세 손가락 경례엔 저항의 뜻이 담겼고, 세 손가락 사진이나 그림이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시민불복종 운동’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민주화 시위 때도 쓰였다. 시민들은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의회 해산과 총리 퇴진,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하며 세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한 시위 참가자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경찰의 물폭탄에 맞서는 사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2014년 군부 쿠데타 때 세 손가락 경례가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태국 민.. 2021. 2. 8. [여적]백신 새치기 패스트푸드점 두 곳이 있다. 한쪽은 손님들이 구불구불한 줄 서기를 하는 곳, 다른 쪽은 네 줄로 나눠 서는 곳이다.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30여년간 ‘줄 서기’를 연구해 ‘줄 박사’(Dr.Queue)로 통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리처드 라슨 교수의 실험 결과 손님들은 전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줄로 늘어섰을 때 대기 시간이 네 줄로 설 때보다 두 배나 되는 데도 상관없었다. 한 줄로 서면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주문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내가 더 기다리는 한이 있어도 새치기는 용납 못한다는 ‘줄 서기의 심리학’이다. 라슨 교수는 “사람들은 줄을 섰을 때 대기 시간보다 공정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분석했다. 줄 서기는 사회의 축소판.. 2021. 2. 8. [여적]1유로 환경소송 1유로(약 1300원)의 가치는 크지 않다. 고작 과자 한 봉지를 사거나, 서울 시내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탈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법정에서 내려진 ‘1유로 배상’ 판결의 무게는 다르다. 가해자의 잘못을 분명히 드러내며 엄중 경고하는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의미 있는 ‘1유로 판결’이 나왔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이 3일(현지시간)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원고 측이 청구한 1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피고는 프랑스 정부, 원고는 그린피스 프랑스, 옥스팜 프랑스 등 프랑스의 4개 환경단체다. 230만명 이상이 청원에 함께 동참하며 세기의 소송으로 불렸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는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판결이다. 2015년 네덜란드 환경단체 .. 2021. 2. 5. [여적]베이조스의 조기 퇴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66)는 세 번의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1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MS를 설립한 지 20년 만으로, 당시 게이츠의 나이는 불과 45세였다. 2014년 2월엔 MS 회장직을, 2020년 3월엔 MS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 자리까지 내놨다. 게이츠가 은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부인과 함께 만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국제개발, 교육,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2011년 사망)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의 성공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잡스는 애플 설립 10년 만에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2021. 2. 4.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백·투·더 2018’이 되려면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밝힌 대남정책의 내용들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의 메시지가 대화 신호라고 해석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보여줬던 북한의 대남 적대적 인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북한당국은 작년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현 당 부부장)의 담화 직후, 통일전선부 대변인을 통해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그 뒤 남북통신연락선 차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4대 군사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긴급결정으로 군사행동이 보류됐지만 취소되지 않은 채로 있다. 이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 현실태를 평가하며 판문.. 2021. 2. 2. [여적]취임식 시 낭송 마야 앤젤루(1928~2014)는 미국 흑인 여성의 희망의 상징이다. 시인, 배우, 전기작가, 인권운동가 등으로서 그가 미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많은 미국인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흑인 여성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준 행사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이다. 그는 축시 ‘아침의 고동(鼓動)에 관해’를 낭독했는데, 낭독 시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상을 안겼다. 유엔 창설 50주년 때는 축시를 낭독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로부터 28년 뒤 앤젤루의 길을 걷는 흑인 여성 시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독한 23세의 어맨다 고먼이다. 노란색 옷에 빨간 머리띠를 .. 2021. 2. 1. 이순신은 왜 부산을 공격하지 않았나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곤혹스럽다”라고 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역사적인 판결’에 곤혹스러움을 표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그런 이유로 비난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한 국가의 권력 행위는 타국의 재판 관할권 밖에 있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이 판결의 의미가 있다. 위안부 문제 본질이 아닌 재판 관할권에 대한 판단이므로 승소든 패소든 일본이 반인권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제관습법의 국가면제는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국제적 대세다. 그래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관점에.. 2021. 1. 29. [여적]노예 영웅 ‘해리엇 터브먼’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 해리엇 터브먼(1822~1913)이다. 터브먼은 노예, 여성, 흑인이라는 3중고 속에 한평생 노예 해방과 여성 참정권 운동에 헌신해 탁월한 성과를 남겼다. 1950년대 버스 승차 거부 운동으로 유명한 ‘현대 시민권 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흑인 여성 운동가라면 터브먼은 19세기를 상징한다. 메릴랜드주의 한 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난 터브먼은 주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노예제도가 폐지된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도망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구출할 목적으로 노예 탈출 운동을 전개한다. ‘지하철도’로 불리는 비밀조직을 통해 약 70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 지하철도는 남북전쟁 중에도 가동됐다. 여성 최초로 흑인 보병부대를.. 2021. 1. 27. 미 대북정책 ‘트럼프의 유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15일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번째 만남인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취임 직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대로 백악관을 방문해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단연코 북한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토록 큰 문제를 자신이 해결했다고 자랑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후임자 취임식마저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관해 직접 조언했을 리는 만무해 보인다. 그의 조언이 있었든 없었든 북핵 문제가 미국의 당면 현안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취임 일주일이 지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의 머릿속에 북한 문제가 차지하.. 2021. 1. 27.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