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기로에 선 미국 민주주의 의 공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 코넬대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장군들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들, 즉 대통령, 총리의 손에서 죽는다.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완전히 이해했을 땐 너무 늦다.” 레비츠키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미국 역시 남미 국가들이 지난 세기 연속되는 쿠데타와 독재를 경험할 때 맞닥뜨린 것과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해 논쟁을 일으켰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인물과 세력을 ‘경쟁자’를 넘어 ‘적’으로 규정하는 ‘관용의 고갈’, 즉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 포퓰리스트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은 것은 정치적 경쟁자를 향해 ‘반역.. 2019. 12. 18. [사설]북한, 압박만 하지 말고 미국의 협상 제의에 호응해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북한에 만나자고 공개 제의했다. 그는 이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알고 있다”고 했다.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는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하게 협상할 것이며 실현 가능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창의적 방안을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거론해온 ‘연말 시한’과 관련해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으며,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목표가 있다”고 했다. 비건.. 2019. 12. 17. [세상읽기]굿바이, 미스터 트럼프 내년 이맘때면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실상 전(前)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는 달리 한·미동맹이 위계적 방식으로 구축된 것이긴 해도 트럼프가 보여주는 일방적이고 무도한 행태는 반(反)동맹적이다. 7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온 한·미동맹의 본원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 중 상당수는 사실과 동떨어진 트럼프의 위협적이고 과장된 언사가 한·미동맹의 건전성에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트럼프를 목전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근시안적 ‘동맹 파괴자’로 여긴다. 또한 극소수이긴 해도 트럼프의 저돌적 해결방식을 한·미동맹의 와해 내지 해체.. 2019. 12. 17. [사설]북한 ‘중대 시험’ 압박 속 비건 대표의 방한 주목한다 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지난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실험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밝힌 점이다. 국방과학원에 이어 7시간 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담화를 내고 최근의 시험이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13일의 ‘중대시험’을 발표하면서 군 고위당국자까지 동원해 ‘핵 억제력’ ‘전.. 2019. 12. 16. [사설]미국과 유엔의 유연한 대북 태도 협상으로 이어져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안보리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2년 만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던 2017년 12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면서 “그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2019. 12. 13. 진영 논리 탈피 못하면 한국 외교 미래 없다 최근 주한 외국공관의 한 외교관과 사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외교적 상황에 대해 맥락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한국의 외교관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외교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 한국은 세계 최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냉전시대부터 이어져온 분단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중 패권경쟁으로 비롯된 ‘신냉전’ 기류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한국만큼 복잡하고 중층적인 외교적 난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1980년대 후반 냉전 구도 해체 전까지 한국은 미국의 날개 밑에서 비교적 안온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생존전.. 2019. 12. 13. [정동칼럼]한·중관계의 연속과 단절 중국을 방문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중국의 엄청난 발전이다. 중국의 발전이 분명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내가 최근 상하이에 체류하면서 갖게 된 의문은 ‘이렇게 번성하는 중국에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인구, 영토, 경제력 그리고 이에 따른 군사력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전략적 고려를 제외하면 한국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중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상당수의 한국인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들은 중국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팔을 가져다 댄 것에 대해 외교적 실례라는 반응 등이 그 .. 2019. 12. 11. [사설]한반도 격랑 속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10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 대표로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담은 북·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조짐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때 열려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또 한·일 두 정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조성된 양국 간 갈등을 푸는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 간 연쇄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한반도 긴장 완화와 갈등 .. 2019. 12. 11.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미 치킨게임과 트럼프 친서 북한 국방과학원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면서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가리켜 ‘전략국가 지위’라는 표현을 처음 썼는데, ‘변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중대한 시험’의 내용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연소시험이거나 정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고출력 액체엔진 연소실험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016년 4월 신형 ICBM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을 때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그 뒤 액체연료로 밝혀졌다. 실제로 2017년 3월 연소실험에 성공한 백두산엔진 계열의 고출력 대형엔진은 액체연료를 썼다.. 2019. 12. 10.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