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부르키니 금지와 이슬람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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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부르키니 금지와 이슬람공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9. 6.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의 복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프랑스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르키니 금지 조치를 추진하면서다. 이에 대해 이슬람권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정 종교를 겨냥한 이런 복장 금지가 공동체 내 분열과 충돌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도 지방정부의 부르키니 금지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정부는 부르키니 금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르키니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이다. 부르키니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북부 등지에서 여성이 착용하는 부르카(Burka)와 비키니의 합성어다. 부르카는 무슬림 베일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다. 얼굴도 노출하지 않는다. 여성이 어렵게나마 밖을 볼 수 있도록 눈 주위만 망사 천으로 되어 있다.

 

이슬람혐오주의 반대단체(CCIF) 마르완 무함마드 대표(왼쪽)가 8월 26일(현지시간) 부르키니 금지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고 나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 _ AP연합뉴스

 

부르카, 눈 부위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 얼굴은 보여주는 히잡 등이 대표적인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다. 약 1500년 역사를 가진 이슬람을 상징하는 문화다. 무슬림 여성 다수가 착용한다. 하지만 이슬람 전통은 아니다. 수천년을 지속한 중동 유목사회의 전통이다. 우물과 오아시스가 생존의 필수적인 환경이었던 유목사회에서는 남성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무장을 한 남성이 우물을 지켜내야 생존할 수 있었다. 남성 중심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도 사회에서도 남성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여성의 활동은 제한되고, 남성에게 종속하게 됐다.

 

현재 우리가 보는 무슬림 여성의 복장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주의 전통에 기인한다. 중동에서 등장한 이슬람 종교가 이 오래된 전통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내 유대교 정통주의자 마을에 가면 여성이 아직도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튀니지, 모로코 등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 해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많다. 종교적 의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구문화를 받아들인 개방적인 여성이 중동의 보수적 유목문화 전통을 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논란은 무분별한 이슬람공포증 때문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에 이어 올해 7월 휴양지 니스에서의 트럭 테러 그리고 신부를 살해한 성당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반이슬람 감정이 크게 고조되면서 나온 조치다. 일부 프랑스 지방정부는 부르키니 착용이 분노와 공포를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부르키니가 여성 노예화의 상징이고, 프랑스의 세속주의 전통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2011년에도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프랑스의 이런 움직임에 중동 및 이슬람권 그리고 프랑스 내 무슬림은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수천년 동안 이어온 자신들의 전통을 문제 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 배신감’을 갖는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500만명 이상 무슬림 다수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프랑스는 1830년 알제리를 점령한 후 모로코, 튀니지 등까지 식민지배를 확대했다. 알제리의 경우 132년 통치했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통치 방식은 ‘합병과 동화’였다. 과거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방식과 유사했다. 프랑스와 이들 이슬람 국가는 한 나라였다.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이 현재 프랑스에 거주한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존의 정신인 톨레랑스 전통을 유지하려는 프랑스 국민이 다수일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맹목적인 이슬람공포증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세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이슬람공포증의 확산은 더 많은 무슬림을 소외시키고 분노케 한다. 최근 프랑스 내 테러를 감행한 주동자 절대다수가 프랑스인 무슬림이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소장을 지낸 마이클 라이터도 “부르키니 금지가 바로 IS가 이용하려고 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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