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 갈등 해소에 실패한 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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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사드 갈등 해소에 실패한 한·중 정상회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9. 6.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시 주석은 어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긍정적인 부분을 확대하고 부정적인 요인을 통제해 나가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가)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항저우 시후(西湖)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 대통령은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도 거론했지만 시 주석을 설득하지 못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던 한국 정부의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상호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만을 정상 간에 직접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양국관계의 냉각과 동북아 정세 악화가 우려된다.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서도 일정 부분 이견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강조했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과 6자회담 지지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압박 일변도 북핵 대응방식과 거리가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거론했다. 자칫 국제사회가 북핵 해법을 두고 제재·대화의 병행을 추구하는 중국·러시아와 제재·압박 방식을 고수하는 한국·미국의 대립 형태로 분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드가 한국 정부의 설명대로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기는커녕 국제사회의 북핵·미사일 억지 공조체제를 흐트러뜨리는 분쟁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한·중 정상이 사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함에 따라 사드 및 북핵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와 북핵 간의 갈등적 성격이 한층 더 부각된 탓이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고수하는 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긴밀한 협력이 없으면 제재의 실효성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사드를 포함한 북핵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은 물론 공동발표문도 내지 않았다. 사드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 긴밀했던 양국관계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걱정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양국관계의 후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안보 분야의 갈등이 경제·문화 교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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