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슬람 세계의 지도자를 자칭하는 바그다디의 칼리프 선언으로 새롭게 출발한 이슬람국가(IS)는 이라크를 넘어 시리아를 주무대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북한까지 시리아 정부군 지원을 위해 참전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IS에 의해 발생한 피란민들의 숫자도 4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난민의 비참한 실상을 보면 이라크 전쟁 당시 지옥의 문이 열렸다고 표현한 아부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전 세계 무슬림들을 향해 성전 참여를 외치던 바그다디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에 이어 지난 3월22일 벨기에 브뤼셀 테러까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연이은 테러가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이런 중에 작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청년이 시리아까지 찾아가 IS에 가담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하는 알카에다와는 달리 IS의 경우는 이슬람 양대 세력인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대결 양상으로 차이를 보인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집권세력이 시아파 계열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전복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반이슬람 현상과 경제 불안을 이용해 테러를 확산시키려 하고 무슬림 청년들을 IS에 가담하도록 선전하고 있다. 최근 폭발물질의 고성능화로 인해 개인 또는 소수 테러리스트들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유비무환의 대비는 중요한 일이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래 진행된 중동에서의 일련의 질서개편 과정은 그간 아랍세계에 보편적이었던 1인 장기집권 체제와 왕정 통치에 염증을 느낀 신흥세력들에게 투쟁의 기회를 제공했다. 전쟁으로 와해된 군대의 무기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왔다. 국제사회의 개입 역시 미국을 필두로 시리아 내의 IS에 대한 사우디와 이란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고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 지원과 이에 대한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은 사태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IS 설립을 선포하고 스스로 '칼리프'를 자처한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저유가의 영향 등 경제적 불안감이 세계를 휩쓸면서 특히 청년들의 기존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두바이의 자랑이던 두바이 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아랍 경제도 악화된 것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이탈을 꿈꾸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특히 이슬람권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IS의 궤변이 이들 청년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이슬람국가들과의 관계는 점차 밀접해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 도입되는 석유와 가스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이들 국가로부터 도입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유학생 등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 인구도 증가하고 있고 양자관계도 에너지 자원협력에서 기타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카타르의 경우는 유엔 사무총장 진출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같은 아랍국 후보보다 우리 측을 지지했다.
전통적인 건설 협력 외에 제3국으로의 공동 진출과 금융 협력 그리고 중소기업의 진출 등 경제협력 지평을 넓히기 위한 협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우리 기술로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지고 있고 카타르의 수도에 우리의 커피전문점이 영업 중이며 카타르 항공사에 근무 중인 한국인 승무원수는 전체 7000여명 승무원 중 1000명이 넘는다. 국가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우방국을 확보하는 것은 때로는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아랍연맹 회원국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의 57개 회원국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임이 자명한 것이다.
하지만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경계심과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우리의 젊은이가 IS에 가담했던 것처럼 현대 문명사회의 기반인 자유민주적 법질서를 종교의 이름으로 파괴하자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학습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슬람 전체를 매도하고 배타적으로 일관하는 것 역시 정확하지도 않고 지혜로운 일도 아닐 것이다. 국익을 위해 지금은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일부분 또는 과장된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랍과 이슬람 세계를 더욱 연구하고 정확히 관찰할 시기라 할 것이다.
정기종 | 전 주카타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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