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3일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하기 위한 2단계 작전 돌입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66개국 병력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을 이끌며 총 3단계 IS 격퇴 작전을 수행 중이다. 1단계는 약화, 2단계는 와해, 3단계는 항구적 격퇴다. 이번 선언은 1단계 약화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수됐음을 의미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 IS를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단계는 다국적군 결성 이후 지난 20개월 동안 진행됐다. IS의 추가적인 진격을 저지하고 군사적 능력을 최대한 제거하는 게 주요 목표였다. 다국적군은 전투기를 이용한 정밀타격을 통해 IS의 거점과 지도부 제거에 주력했다. IS의 서열 2위이자 재무책임자인 하지 이맘, 최고 사령관 오마리 알시샤니, 인질처형 담당자이자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지하디 존을 사살했다. 군사, 재정 그리고 홍보 분야 최고 담당자들이 사망하면서 IS는 타격을 입었다. 이라크 내 장악지역의 40%와 시리아 내 점령지역 10%를 상실했다. 중요한 전략요충지를 빼앗기면서 이동경로를 상실하고 유전 등 주요 수입원도 잃었다. 현재 병력 수도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막 시작된 2단계 작전의 핵심은 군사작전을 확대해 IS의 조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목표는 IS의 행정수도인 시리아의 라카와 경제중심지인 이라크 북부의 모술 탈환이다. 이 두 도시를 빼앗기면 IS가 설립한 이슬람국가의 기반이 붕괴된다. 반군의 성향을 가진 대규모 조직에서 일개 테러집단으로 몰락하는 것이다. 보다 큰 규모의 군사작전을 위해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를 최근 카타르에 배치했다. 정밀유도탄 발사와 융단폭격이 가능한 최첨단 폭격기다. 적극적인 지상전에 대비해 M1 에이브람스 전차도 대거 투입했다. 강력한 화력과 더불어 도로매설폭탄에도 견딜 수 있는 대테러작전에 적합한 전차다.
마지막 3단계는 제2, 제3의 IS 등장을 원천 봉쇄하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작전이다. IS를 무력화한 뒤 과격세력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IS가 장악했던 지역과 그 주변에 정치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작업이다. 시리아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는 물론 수니파의 수장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 종주국 이란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협력도 수반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구상하는 3단계 작전이 IS의 완전 해체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 주도 다국적군은 1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그런데 IS가 본격적으로 약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무차별적 군사적 개입 이후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과 협력해 공습과 지상전을 동시해 추진했었다. 반면 미국 정부는 3단계 작전 내내 지상군 파병 등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IS와의 직접적인 전투는 궁극적으로 이라크군, 쿠르드 민병대 등이 수행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큰 틀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더욱 심각한 전략적 오류는 3단계 작전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제 2단계를 시작했고, 이것이 완수되면 3단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IS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 3단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공습은 물론 지상전을 대폭 확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IS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장기화할수록 IS는 거점을 더 확고히 강화할 것이고 더 많은 테러세력을 배양할 것이다. 더불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러시아 및 주변국과의 외교적 노력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시리아 내전이 없었으면 IS의 국가 선포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IS가 등장한 이라크의 정치적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시아파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니파 자치정부도 설립해줘야 한다. 이라크는 연방제 국가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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