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럽연합, 통합된 난민 정책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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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유럽연합, 통합된 난민 정책은 가능한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4.

2009년에 개봉한 <웰컴>이란 프랑스 영화가 있다. 쿠르드인 청년 비달은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4000㎞ 사막을 걸어 프랑스에 도착한다. 프랑스에 도착한 청년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칼레에서 불법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하던 도중 국경경비대에 들키지 않으려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참았음에도 발각되어 추방당한다. 영화가 나온 지 6년이 지난 올해 9월 현재 밀입국 방법과 숫자만 달라졌을 뿐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행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8월에만 난민 10만700명이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유입됐다. 8월24일 독일 정부는 2003년 합의된 더블린(Dublin) 망명협정과 상관없이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난민들은 헝가리 국경에 175㎞에 달하는 3중 철조망이 설치됐음에도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독일로 향했다.

유럽연합은 리스본 조약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역내시장, 사회정책, 지역정책, 환경, 에너지, 운송, 소비자 보호, 자유·안전·사법지대와 같은 정책을 비롯해 이민·망명 정책은 여전히 유럽연합과 회원국 간의 공유 권한으로 남겨 놓았다. 이는 회원국별 정책 선호의 차이와 자국의 사회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동체의 정책 결정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회원국들은 이민·망명 정책을 국가주권 및 자율성 문제 등과 함께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28개 회원국들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순환이민’과 ‘협력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 바가 있다. 순환이민이란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이민정책 수단 중 하나로 고급기술과 일거리를 가져오는 이민자들에게는 국경을 개방하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은 단기적으로 순환하도록 만드는 제도이다. 그러나 순환이민 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인식 차이로 제대로 정착이 안됐다. 어떤 회원국은 순환이민이라는 제도를 숙련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했고, 어떤 회원국은 농업, 건설, 여행업계에서 일자리를 찾는 계절이민에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접경한 터키 국경지대 수루크에서 시리아 난민 여성이 구호품으로 받은 물 한 컵을 손에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_AP연합뉴스


순환이민 제도에 앞서 유럽연합은 2007년 몇몇 국가와 ‘이동 동반자협력’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한 바 있다. 우선적으로 케이프베르데, 몰도바와 2008년 선도 이동 동반자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협정을 맺은 국가에는 새로운 거주허가 및 노동비자와 장기간의 다국입국 비자 같은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협정을 맺은 국가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다. 또 이번 시리아 난민 사태로 망명신청이 불허된 난민들의 본국 귀환을 받아들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10억유로(약 1조3300억원)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본국 귀환 난민에 대해 사후조치를 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국경을 넘는 이동은 빈곤국들로서는 하나의 현상인 반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상당한 수준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 어떤 국가도 난민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회원국들에 난민 문제는 회원국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국제범죄, 테러리즘, 마약 문제 등 국가의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모든 회원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정책을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게끔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이민·망명 정책은 당분간 보충성의 원칙을 앞세운 회원 국가의 독자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외면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규범적 권력의 확산과 회원 국가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종서 | 중원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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