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란 핵협상 타결과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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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이란 핵협상 타결과 한국경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15.

역사적 순간이다. 현지시간 7월14일 오후 1시,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협상은 23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단의 발표 직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회견을 열고 타결을 환영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세계 시민들은 뉴스를 통해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동시에 연설하는 진기한 장면을 시청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맨 오른쪽)이 13일 이란과의 핵 협상 최종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의 한 호텔에 모여 있다_경향DB


협상 타결 발표와 동시에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언론에 배포되었다. CNN은 협상 결과를 두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담긴 내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큰 틀에서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핵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금융을 포함한 전면 제재 완화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평화라는 명분을 획득했다면, 이란은 고립과 봉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적 실리를 챙긴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협상 타결 조짐이 보이자,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논평을 내며 이번 합의를 ‘역사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역시 의회 심의 과정에서 합의안을 부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대계 민주당 의원을 고려할 때 최후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벌써부터 미국 의회에 적극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란 의회가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과 비교할 때, 미국에서 핵협상 타결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르면, 이번 핵협상은 타결-채택-시행-전환-만료 등 다섯 단계를 거친다. 핵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빠른 시일 내에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상정해야 한다.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90일 이후에 효력이 발휘되며 이 기간 안에 미국 의회의 승인 절차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15일 이후 IAEA의 사찰이 끝나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시행에 돌입한다. 시행 과정 중 양측은 2년마다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며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점검하게 된다. 만약 이란이 합의문을 어길 경우, 제재는 65일 안에 복원된다.


이변이 없는 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이란은 세계 경제와 국제무역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2014년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1위, 원유 매장량 3위의 자원 부국이다.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보란 듯이 하락했다. 이란은 우선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에 나서고,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도 높은 산업화 정책을 가동할 것이다. 닫혔던 시장이 개방되면 이란은 순식간에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모할지 모른다.

한국은 제재 기간에 이란 시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화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무역 거래 시 대체결제가 가능하며, 한국산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했다. 제재가 완화될 경우 우리 제품이 그동안 누리던 프리미엄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이란 경제인을 만나면 한국은 단기 수출 및 매출 증대에만 몰두한다며 특유의 인색함을 꼬집는다. 장기적으로 합작투자와 기술 이전, 현지생산 등을 고려할 때 이란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한층 배가될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이란 제재 해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욱진 | KOTRA 이란 테헤란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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