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단자위권 법제화 강행한 아베의 폭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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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집단자위권 법제화 강행한 아베의 폭주 우려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16.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어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자위대법 개정안 등 11개 안보관련법 제·개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가결시켰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의 동맹국이나 주변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등 일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이를 일본이 공격받은 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법안들의 내용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을 경우에만 전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종래의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7월1일 임시각의를 열어 헌법상 명백한 전쟁포기 조항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한 지 1년 만에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_AP연합 뉴스


아베 정권의 이번 법안 강행 처리는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하자가 있다. 도쿄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일본의 헌법학자 90%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법안이 위헌이라고 응답했다. 합헌이라는 답변은 3%에 그쳤다. 일본 헌법 9조가 명확히 교전권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전쟁이 가능하다고 해석을 바꾸고, 이를 토대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제·개정한 것은 법률 해석의 일반적 원칙에 어긋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기준이 되는 무력행사의 요건도 불분명하다. 이런 문제 외에 시민을 설득해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법안 통과가 현실화하자 전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언론은 법안 강행 처리를 두고 여론과 원칙을 무시한 폭거라고 비난할 만큼 시민 다수의 뜻과도 충돌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 법안을 오는 9월까지 참의원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것은 일본 의회주의 전통에 어긋나는 처사이자 일본의 전후 정치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이런 강행 처리에 의한 집단자위권 도입은 일본 내부는 물론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커녕 기존의 입장에서도 후퇴했다. 이번 법안 처리는 모처럼 회복해 가던 주변국과의 관계를 다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로 만들겠다면 먼저 일본 시민과 주변국의 정당한 우려를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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