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역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침체, 중국의 급격한 산업경쟁력 제고,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 등이 중규모 산업국인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동남아 10개국이 결속해 경제 통합체를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역시 동일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13년 현재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의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아세안에 적극 투자해 현지 판매용이나 제3국 수출용 상품을 생산하고 있고, 생산과정에서 중간재와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한류 붐으로 우리의 문화상품에 대한 수요와 한국을 방문하는 아세안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세계경제 질서 안에서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측은 산업기반이 없는 가운데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무역과 투자 확대에 노력하고 있으며, 상호 경제협력은 한층 심화되었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은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야기된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상황을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과거 동아시아에서 수입한 부품과 중간재를 가공해 수출할 때는 중국의 성장이 한국과 아세안 모두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 중국의 산업기반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아세안의 대중국 수출은 정체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나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한국과 아세안에는 부담이다. 특히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한국과 아세안의 근린 궁핍화를 유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엇갈려 손을 맞잡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맞아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과거와 같은 무역과 투자의 단순 확대가 아닌 무역투자의 균형 확대가 필요하다. 일본은 대아세안 교역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으나 우리의 대아세안 흑자는 올해 3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아세안 무역수지 흑자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아세안에서 수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자원개발 등의 투자도 늘려야 할 것이다.
둘째는 아세안이 계획하는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 말까지 동남아 10개국을 단일시장과 단일생산기지로 하는 아세안공동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국가 간 경제발전 격차, 기술자립의 부족 등으로 아세안은 높은 수준의 통합체를 만들기 어렵다. 이제 한국은 아세안의 공동체 건설과 이후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아세안 역내의 격차를 해소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후발국과 선발국에 기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이 공동체로 발전할 때 우리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협력을 기반으로 향후 한국과 아세안은 공동의 비전과 신뢰를 구축하고 나아가 양측의 경제발전, 아시아 지역의 번영, 세계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번순 | 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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