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엔 기구에 제출했다.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질의에 이런 내용의 답변서를 낸 것이다. 이는 일본 스스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한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변서 내용도 한·일 합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는 것은 그저 한 번 언급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속해서 행동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합의로 한국이 일본을 비판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노려 합의 취지를 거스르려는 일본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행태가 개탄스럽다.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번 답변서는 위안부 합의 이후 유엔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이 답변서에 위안부 합의 발표문을 첨부하고, “한·일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심상치 않다.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왜곡하고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에 위안부 합의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합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은 유감스럽다. 일본의 답변서가 유엔의 질의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나온 점을 감안해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 비판하지 않기로 한 합의 내용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이런 태도는 자칫 일본의 도발적 행태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렇잖아도 위안부 합의 이후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민간단체의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중단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이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갈수록 공세적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엄중하게 공식 항의하고 합의 위반 여부를 단단히 따져물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제의 끔찍한 위안부 인권유린 만행과 관련된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고 국제사회의 연대를 구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해야 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위안부에 관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경향 국제칼럼 > 한반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정부, 안보 본연의 자세 잊었나 (0) | 2016.02.04 |
---|---|
대북 강경책이 능사 아니다 (0) | 2016.02.03 |
[사설]미군이 사드 요청 안 했다는데 환영부터 하는 정부 (0) | 2016.01.29 |
[기고]남과 북이 모두 절제해야 할 때 (0) | 2016.01.28 |
[사설]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단해야 한다 (0) | 2016.0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