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녀를 위해 비핵화’ 약속한 김정은, 구체 조치로 입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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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자녀를 위해 비핵화’ 약속한 김정은, 구체 조치로 입증하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2. 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열차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쯤 베트남을 향해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식일정은 27~28일이지만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하노이 현지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자녀가 핵 위협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다. 북·미 협상의 초기 국면부터 흉금을 터놓은 진솔한 대화로 양국 간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충심(衷心)이 엿보인다.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티셔츠 업체가 북·미 두 정상의 얼굴 디자인을 티셔츠에 찍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노이 _ AFP 연합뉴스

 

앤드루 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정치·안보 등 3개 분야에서 다양하게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중에는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 제재 면제, 여행금지국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등이 포함돼 있다. ‘북·미 군사협력’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용도 눈에 띈다. 물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상응조치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북·미대화 재개와 지속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그런 그가 퇴직한 지 얼마 안돼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에서 미국 내 뿌리 깊은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미국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하며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포함한 북한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큰 획을 긋는 만남이 돼야 한다. 260여일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는 생산적인 대화로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감한 제재 완화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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