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망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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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망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2. 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일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안에 가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내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쏟아낸 발언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는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한국에서 쓰는 비용은 50억달러이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지불해왔다”고도 했다.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는 말은 합의안과 명백히 다르다. 합의안에는 한국의 분담금이 지난해보다 8.2%, 즉 787억원 오른 1조389억원으로 돼 있다. 트럼프가 수치를 착각했거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부풀렸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50억달러를 쓴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한국의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남짓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지난해 9억달러를 지불했으니 미국이 쓴 비용도 그 언저리일 것이다. 게다가 “전화 몇 통 걸었더니 5억달러가 나왔다”는 발언에선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약자의 팔을 비틀어 돈을 뜯어내는 불량배’를 떠올리며 분개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의 '90일 무역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3월 1일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3월 2일부터 예고된 추가적인 대중(對中) '관세 폭탄'도 잠시 유예될 수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가 과장과 자기 과시가 섞인 특유의 어법을 구사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각료회의라는 공식 석상에서 던진 동맹국을 향한 망발마저 그대로 넘겨선 안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반박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발언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다음번 협상에서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측은 이번에 합의한 협정에서 종전 다년이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는 안을 관철해 매년 분담금을 인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패권과 동북아 전략적 이익에도 기여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합리적이지 못한 분담금 인상 압박은 동맹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 한국만이 수혜자라는 식의 ‘안보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며 돈을 더 받아내려는 대국답지 못한 행동에 진저리 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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