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열차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쯤 베트남을 향해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식일정은 27~28일이지만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하노이 현지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자녀가 핵 위협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다. 북·미 협상의 초기 국면부터 흉금을 터놓은 진솔한 대화로 양국 간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충심(衷心)이 엿보인다.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티셔츠 업체가 북·미 두 정상의 얼굴 디자인을 티셔츠에 찍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노이 _ AFP 연합뉴스
앤드루 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정치·안보 등 3개 분야에서 다양하게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중에는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 제재 면제, 여행금지국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등이 포함돼 있다. ‘북·미 군사협력’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용도 눈에 띈다. 물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상응조치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북·미대화 재개와 지속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그런 그가 퇴직한 지 얼마 안돼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에서 미국 내 뿌리 깊은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미국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하며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포함한 북한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큰 획을 긋는 만남이 돼야 한다. 260여일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는 생산적인 대화로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감한 제재 완화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경향 국제칼럼 > 한반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막 오른 2차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번영 주춧돌 놓길 (0) | 2019.02.27 |
---|---|
[정동칼럼]북핵 문제와 우리가 놓치는 것들 (0) | 2019.02.25 |
[기고]북·미 정상회담 앞서 한·미 공조 다진 국회대표단 (0) | 2019.02.22 |
[사설]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망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0) | 2019.02.14 |
[이대근 칼럼]트럼프가 북핵 비관론을 잠재울 기회 (0) | 2019.02.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