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과 협상할 의사 있다”는 폼페이오 발언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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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한과 협상할 의사 있다”는 폼페이오 발언을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7.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한의 발사체가)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의 절제된 반응을 평가하며 대북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에 주목한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본격적인 도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우선 “(북한의 발사체가)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발사체들이 단거리용인 데다 발사 방향 등으로 볼 때 미국과 일본에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의 발사가 유엔의 미사일 모라토리엄(동결) 위반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미사일 동결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대화 교착 국면을 오래 끌면 좋을 게 없다는 북한의 독촉장으로 인식하고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계하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당장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부 불만 세력을 설득하려면 오히려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도발은 북한에 재앙이 될 것이다. 최근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가뭄과 홍수 등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10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이 교착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허용된다”며 대북 제재와 식량 지원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일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다. 정부는 비건 대표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2017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지원사업에 800만달러를 제공하기로 의결해 놓고 아직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차제에 이 문제를 논의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허용할 필요가 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이 북·미 간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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