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무력시위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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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한, 무력시위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7.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40㎞까지 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분석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어긴 것은 아니지만 단거리 발사체라도 탄도미사일로 판명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2009년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발사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중인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복귀토록 하려는 북한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빅딜(일괄타결)을 앞세워 타협하려 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방식을 택함으로써 협상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화력타격훈련에 동원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을 5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선 까닭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공개 약속한 것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염두에 둔 선제 행동이었다. 하지만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상응조치는커녕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해왔다. 핵무력이라는 지렛대를 내려놓은 채 선의의 대화를 통해 미국과 새로운 관계수립을 꾀하려 했지만 미국이 따라주지 않는 답답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맞서 내부결속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행위는 안된다. 북한이 수위를 높여 전략도발로 들어갈 경우 북·미 대화는 단절되고 한반도는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매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지게 된다. 이 모두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는 4일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한·미 당국의 이런 자제에 부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력시위보다 우선 남북대화에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대북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순서일 것이다. 정부도 북·미 대화 복원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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