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영 선거에 부는 이유 있는 좌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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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영 선거에 부는 이유 있는 좌파 바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15.

미국과 영국 정치에서 좌파 정치인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무소속이면서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13일 CBS방송과 유거브가 발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3%로, 33%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제쳤다. 뉴햄프셔주 조사에서는 샌더스 52% 대 클린턴 30%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나왔다. 전날에는 영국 노동당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제레미 코빈 하원의원이 59.5%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다음날 그는 예비내각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재무장관 자리에 주요 기업의 재국유화와 60% 증세를 주장한 인물을 내세우는 자신감을 보였다. 일시적인 바람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넘어 이들은 선거와 정치판을 주도하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이 약진하는 주된 배경은 기성 주류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반발이다. 부자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태에서 소액기부금 등 참신한 선거운동으로 대중에게 다가선 이들에게 유권자들이 쏠리고 있다. 일관성 있게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소탈한 이들의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도 돌풍의 요인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만으로는 이 현상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빈부격차와 분배의 불공정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각하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보수 정치권 및 주류 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것이 더 타당한 분석이 될 것이다. 중도좌파 및 무당파들이 진보 지지자로 돌아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코빈의 승리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제3의 길이라는 중도진보 노선을 폐기하라는 유권자들의 분명한 요구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_경향DB


보수화된 두 나라에서 이들 좌파 정치인의 돌풍이 대세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월가를 개혁하고 복지를 강화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이미 가장 중요한 정치 아젠다로 등장했다. 클린턴 후보는 물론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부자 증세 등 이들의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코빈이 예비내각 명단 발표에서 시사한 주요 기업의 재국유화 등은 그동안 현실성이 없는 정책 수단으로 치부돼 왔다. 이들이 집권하려면 좀 더 탄탄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월가를 향해 분노를 표시했던 유권자들이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들의 바람은 이미 돌풍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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