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평화헌법 버리는 아베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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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결국 평화헌법 버리는 아베 정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1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어제 참의원 본회의를 열어 평화헌법 체제를 무너뜨리는 안보 관련 11개 법안의 제정 및 개정안(안보법안) 처리에 들어갔다. 전날 밤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법안 처리의 마지막 단계로 돌입한 것이다. 민주당 등 5개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지만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서 법안 통과가 확실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은 언제 어디서든 집단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전후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또 전쟁할 수단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헌법 9조는 조종을 울리는 것이다.

일본 여당의 안보법안 통과는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내용과 절차에서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제3국이 공격을 받은 경우에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일본의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집단자위권을 상정한 안보법안을 위헌으로 보고 있다. 엊그제 전직 판사 75명도 기자회견을 통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할 때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법안 자체의 허점도 있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지난 7월 중의원에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한 이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 처리를 거듭해왔다. 야당과 언론들이 그제 밤 날치기 통과를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위헌적이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법안을 밀어붙이고도 과연 일본이 선진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일본 시민들이 안보법 폐기와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_연합뉴스


일본 여당은 안보법안을 통해 미국과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북한의 위협 등에 대처하겠다는 것도 명분 중 하나다. 하지만 안보법안은 전후 군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의 결과인 평화헌법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안보법안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관계에서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최근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면서 향후 3년간 더 총리로 재직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헌법 9조 자체의 개정이다. 식민통치에 대한 반성은커녕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해 폭주하는 일본에 어떤 주변국이 우호의 손길을 뻗을 수 있을 것인가.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일본 내부 정치 갈등을 조장하는 ‘아베의 우경화’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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