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년은 남북대화에 관한 한 소모적 대결과 갈등의 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첫 대화의 계기를 회담 대표의 급, 혹은 자격이라는
사소한 문제를 놓고 시비하다 놓쳐버렸다. 이후 고위급 접촉, 이산가족 상봉을 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정부의 대북 태도가 지나치게
경직되었기 때문이다. 남북대화를 재개하지 못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겉으로 대화를 말하면서도 대남위협 공세를 중단하지 않는 북한이
져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면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대화의 문턱을 높였다. 북한이 아쉬우면
먼저 굴복하고 나올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 때의 아전인수 정책을 고집한 결과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변화할 것을 기다리며
남북관계 악화를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남북 모두 대화를 거론할 때 아무런 준비 없이 빈말로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초 북한의 잇따른
대화 제의에도 대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화 그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은 대화 제의나 평화
공세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대화 부재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기 위한 대화론은 대화 분위기만 해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집무실에서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신년사에서 대화를 강조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성, 실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에 걸맞은 대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화는 대화를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에서 대결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화의 여건 혹은 대화 분위기 조성이 북한에만 부과되는 숙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진정성과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만큼 박 대통령 스스로
북한이 진정성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북한과 대화하자고 제의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라고 북한이 낙인찍은 통준위를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이 대화 성사에 그다지 열의가 없다는 표시일 수
있다. 게다가 남북현안을 다루는 기구가 아니라는 통준위가 당국 대화를 주도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박 대통령이 진정 대화를 위한
북한의 행동을 원한다면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경향 국제칼럼 > 한반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북, 두만강 개발 위한 남북협력 뜻은 좋지만 (0) | 2015.01.13 |
---|---|
[사설]법원도 ‘대북전단 제지’ 적법하다는데 (0) | 2015.01.07 |
[시론]새해 남북관계 진전을 소망하며 (0) | 2015.01.01 |
[사설]분단 70년, 북한 김정은의 ‘대화 제의’ 주목한다 (0) | 2015.01.01 |
[정동칼럼]수단·목적 전도된 ‘군사정보 공유’ (0) | 2014.12.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