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총리, 과거사 담화 고칠 시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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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총리, 과거사 담화 고칠 시간 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8. 7.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의 윤곽이 나왔다. 이번 담화에 자문하기 위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21세기구상간담회’가 그동안 검토해온 보고서를 그제 낸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무모한 전쟁으로 여러 나라에 피해를 줬다”고 침략과 식민지 지배는 인정하면서도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간 자문기구의 견해를 충실히 반영하는 일본 정부의 관행으로 볼 때 이 권고대로 담화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20년 전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4개의 열쇳말인 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 가운데 사죄는 뺀 채 아베 담화가 발표된다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_경향DB

자문기구의 보고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뜯어보면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 식민지배에 대해 “1920년에 일정 수준의 완화도 있었고 경제성장도 실현됐지만, 1930년대 후반부터 과혹화(過酷化)됐다”고 기술했다. 한반도를 식민화한 과정에 대한 기술은 빼고 1920년대 들어 식민지배의 강도가 약화된 것만 교묘하게 부각했다. 그리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비서양 식민지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웠다’고 한반도 식민화를 정당한 것인 양 기술했다. 청일전쟁 후 대만을 식민지화한 것은 명시적으로 기술해 한국과 중국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의도까지 보였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는 어이없는 대목도 있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협력해야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부정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제격이다. 침략에 대해 반성한다는 일본이 할 말인지 되묻고 싶다.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려면 먼저 과거사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보수진영에서조차 담화에 사죄의 표현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민당 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역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직시할 용기와 겸허함을 가져야 한다”며 보편적 시각으로 판단하라고 충고했다. 자문기구의 보고서를 무시하고 담화문을 제대로 쓸 시간은 충분하다. 독일 정치인들처럼 아베 총리는 역사의 제단 앞에서 과거사에 대해 깨끗이 사죄하기 바란다. 그것은 일본이 책임있는 국가로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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