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가 성매매를 범죄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앰네스티는 지난 1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성 판매자는 물론 매수자와 알선업자 등 성매매에 관련된 이들을 전부 처벌하지 말자는 ‘성매매 전면 비범죄화’ 방침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국제 여성단체 등은 성매매 업자와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성매매를 어떻게 법적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든가 ‘성노동’으로서 직업 선택 자유의 대상이라는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이를 놓고 격론을 벌여왔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합의도, 명시적인 국제 기준 같은 것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독일·네덜란드·호주 등에서는 성 판매와 구매뿐 아니라 알선과 성매매업소 운영까지 모두 합법인 반면, 러시아와 한국·중국 등 상당수 아시아 국가에서는 모두 불법이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과 같이 성매매를 합법적 상거래로 취급해 규제하지 않는 대신 성매매 업소 운영과 알선은 불법화한 나라도 있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이른바 ‘노르딕 모델’은 성 구매자와 알선업자만 처벌한다.
세계적 인권단체를 자처하는 앰네스티는 성매매 문제를 둘러싼 이런 복잡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것이다. 이번 결정도 국제기구와 관련 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고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앰네스티는 무엇보다 성매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경우 음성화돼 성노동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시달리고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성노동자들이 합법적인 보호를 받도록 성매매 비범죄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한 성매매가 아닌 인신매매와 같은 모든 형태는 국제법에 따라 여전히 범죄로 분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별 미성년자 인신매매 비율 (2007~2010) _경향IDB
앰네스티의 이런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타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통하기 어렵다. 성매매 비범죄화는 성 구매자와 알선업자뿐 아니라 인신매매업자와 같은 범죄적 조직까지 포함하는 성매매 시스템 전체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와 문화권마다 처한 현실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그런 구조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성매매 여성이 제대로 권리를 누릴 리 만무하다. 한국은 성매매특별법을 통해 성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불법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성매매 비범죄화는 한국 현실과도 동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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