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이 공개됐다. 초안은 북한의 수출입을 강력히 통제해 ‘돈줄’을 막고 북한의 불법행위나 의심스러운 거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수출입 화물의 검색 의무화와 광물 거래 및 항공유 공급 금지, 북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담아 북한의 대외무역을 사실상 봉쇄하는 수준이다. 이 초안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했기 때문에 통과가 확실시된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양자 제재에 이어 유엔 결의가 이행되면 북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수출입 화물 검색은 물론 광물 거래 금지로 대중국 무역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북한의 지난해 광물 수출은 대중국 수출액 24억달러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북한이 수입에 의존하는 항공유 공급 금지도 공군 훈련에 중대 차질을 빚을 것이다. 핵개발 자금 마련이나 부품 공급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을 깊이 우려한다”는 초안 내용이 대표적이다. 북한 주민 생활에 직접 타격을 주는 제재는 피하려는 암시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비핵화 명분으로 일상적 교역, 특히 주민들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의 주요 내용_경향DB
북한은 강력 반발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제재는 엄연히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를 묵살한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한다. 북한은 반발하기보다 핵·장거리 로켓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국제 규범을 어기면서 독불장군식으로 갈 수는 없다. 일부 국가도 아니고 전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핵·로켓 개발이 북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강력한 동맹인 중국이 이번 제재에 앞장선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은 중요한 일이다. 북한이 핵·장거리 로켓 개발을 계속할 경우 경제 파탄과 국제 고립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다. 북한이 10년 넘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지만 오히려 핵·로켓 능력이 고도화된 ‘북핵 딜레마’를 국제사회는 직시해야 한다. 제재가 강력해질수록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제공하고 내부 결속력은 강해질 것이다. 대북 제재 열쇠를 쥔 중국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대북 제재 자체는 북한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응징은 부차적인 목표일 뿐이다. 국제사회는 제재만이 아니라 북한이 북핵 해결의 대화 무대로 복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무작정 대북 강경책만 고집하지 말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병행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연계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제안을 추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북핵 해법이기 때문이다.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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