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공개토의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은 유엔 가입 당시 자신들이 약속한 유엔 헌장 준수 의무를 어기는 것으로서,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오 대사는 “북한은 지난 10년간 4차례의 핵실험과 6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유엔 헌장을 무시해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충희 차석대사도 지난 16일 유엔 헌장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유엔의 권능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배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대한 모욕”이라며 회원국 자격 문제를 제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17일 언론인터뷰에서 “유엔 결의안과 헌장 등 상습 위반자에게는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냉전이 종식되자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북한을 유엔에서 축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원 제명은 안보리의 권고가 있어야 하는데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제명에 동의할 리 없다.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 자격이 정지되거나 탈퇴 조치가 취해진 나라도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자격 거론은 북한에 유엔 헌장을 무시하는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이끌어내려는 여론전의 성격이 강하다.
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_연합뉴스
그러나 그 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은 매우 냉전적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 기조는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시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유엔은 북한이 참석하는 몇 안되는 다자 외교무대이다. 그렇다면 북한을 유엔 외에 더 많은 국제회의에 참여하도록 적극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북한에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 노력을 못할망정 유엔이라는 창구마저 막겠다는 태도라면 위험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때문에 북한에 대한 유엔 자격 시비가 박 대통령의 북한 고립 전략에 따른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만에 하나 한반도를 냉전시대로 되돌리는 시도라면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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