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드 배치는 핵 방어체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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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사드 배치는 핵 방어체계를 벗어났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25.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1월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태도가 확연하게 변하고 있다. 한·미 간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 협의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협의의 목적을 한반도 내 신속한 사드 배치와 작전전개라고 함으로써, 이미 사드 도입이 결정되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사드의 효용성이다. 현 시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 핵무기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지금은 사드를 도입할 순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핵무기 방어체계는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로 구성된다. 먼저 핵장착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이다. 감시자산으로 미군의 정찰위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제공하는 자료는 선별된 것이고 갑질 행태가 심해, 킬체인의 자산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2014년 6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정찰위성 5기를 2020년 초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약 1조원의 예산 문제,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로 상용화가 쉽지만은 않다. 대신 2019년 미국으로부터 약 8800억원에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1세트 4기가 도입될 예정이다.

현 전투기로 핵기지를 타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독도를 기준으로 KF-16은 10분, F-15K는 30분 작전이 가능하다. 2019년까지 약 1조원의 예산으로 공중급유기 4대가 수입된다. 이렇게 되면 70분과 65분 작전이 가능하므로, 북한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해진다.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슬램ER는 사거리가 280㎞, AGM-142팝아이는 112㎞에 불과하다. 이에 2016년까지 사거리 500㎞ 이상인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 170기(기당 300만달러)를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F-15K에 탑재할 수 있는지 시험 중일 뿐이고, F-15K의 비행에 지장이 있으면 재설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전자파 위험’ 지적에 “오해가 있다”며 “산 위에 배치하면 아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_경향DB

다음으로 킬체인에서 살아남은 미사일을 타격하는 방어체계(KAMD)이다. 우리에게는 2012년 12월과 2013년 2월 이스라엘로부터 대당 1000억원에 수입한 탐지거리 500㎞의 탄도유도탄 조기경보레이더 2대가 있다. 북한 전역에서 발사된 탄도유도탄을 수초 내에 식별 및 추적해, 발사 위치와 예상 낙하지점을 식별해 작전통제소에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 보유 무기 중 20~40㎞의 저고도 요격체계인 공군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연동이 가능할 뿐이라는 단점이 있다. 어리석게도 가장 마지막 단계를 가장 먼저 구축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면, 상승단계(Boost Phase), 중간단계(Mid-course Phase), 재진입단계(Re-entry Phase), 하층단계(Terminal Phase)를 거쳐 목표물에 도달한다.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단계가 1차 요격 지점이다. 따라서 고도 200㎞인 GBI 같은 지상배치 미사일이나 250~500㎞인 SM-3 같은 이지스함 장착 미사일이 우선 필요하다. 다음으로 재진입단계에서 사드나 애로급, 하층단계에서 패트리엇급 미사일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중간단계 요격무기를 제쳐두고, 재진입단계에서나 필요한 요격고도 40~150㎞인 사드 배치만 검토하고 있다.

북핵 방어에서는 킬체인이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찰위성을 목표로 하되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도입을 앞당기고, 타우러스 미사일의 성능시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다음이 미사일방어체계다. 제1단계로 이지스함 장착이 가능한 SM-3 도입을, 제2단계로 사드나 애로급 미사일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제3단계로는 패트리엇급 미사일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핵무기 방어체계를 재검토해 구축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이 SM-3와 GBI가 중간단계에서 놓친 자국 공격 미사일을 잡으려는 목적으로, 한반도에 사드를 설치하려는 것이 아닌지도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재영 | 전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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