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상봉은 ‘8·25 남북합의’ 이행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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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이산상봉은 ‘8·25 남북합의’ 이행의 시험대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7.

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고 다음달 중 이산상봉 행사를 갖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상봉 행사를 진행하자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남북이 합의한다면 지난해 2월 설을 계기로 이산상봉이 이뤄진 이후 1년8개월여 만에 이산상봉이 재개된다.

가족과의 생이별로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산가족은 남쪽만 6만여명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19차례의 상봉 행사를 통해 북의 가족을 만난 사람은 1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남은 이산가족도 절반이 80세 이상의 고령이다. 얼마 후면 다수가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날 것이다. 일회성 상봉 행사로 한을 풀어주기에는 이산가족 숫자가 많고, 시간도 촉박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이산가족의 비원을 가급적 빨리 풀어주는 이산상봉 정례화가 절실하다.

그렇지만 이산상봉의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상봉을 병행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부가 이번 남북 실무접촉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것은 고령자가 많은 이산가족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체제 특성상 이산상봉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북한 입장을 감안하면 무작정 속도를 내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다.


이산가족 상봉논의 남북 적십사 회담 _경향DB


이번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8·25 남북 합의’ 가운데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합의 사항이다. 남북이 약속대로 접촉을 한 것은 이산상봉과 별개로 순조로운 합의 이행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고위급접촉 타결 후 남한 군 인사들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을 두고 북한이 경고한 것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남북은 한·중 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발언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엄하다”고 반발하고 이에 통일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등 감정 대립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적십자 실무접촉이 성사된 것은 남북의 합의 이행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이어질 남북 당국회담과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 활성화 등 다른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의 기대치를 높여준다. 물론 남북 앞에 놓인 난관은 많다. 당장 다음달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한 탄도미사일 발사설이 관건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자칫 이산상봉 행사마저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산상봉은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중단할 수 없는 인륜의 명령이다. 이산가족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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