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엉터리 북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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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여적]엉터리 북한 정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8.

한국 언론에 북한 보도는 하나의 딜레마다. 특종은 욕심이 나는데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내린 양자택일이 오보로 이어진다. 정보기관의 과시욕도 오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북한에 대한 오보의 결정판은 1986년 11월16일 한 조간신문에서 시작해 이틀간 세상을 뒤흔든 ‘김일성 사망’ 보도다. ‘주말의 동경 급전 … 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던 이 기사는 이틀 만에 김 주석이 평양공항에서 몽골 공산당 서기장을 영접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희대의 오보로 전락했다. 이후에도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 망명설 등 대형 오보가 심심찮게 이어졌다. 두 달 전에도 고위급 북한 장성의 망명설이 종편을 통해 떠들썩하게 보도됐지만 결국 오보로 판명났다.

지난 7월 이후 TV에서 사라져 국내 언론에 의해 해체설이 제기됐던 북한의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둘러싼 해프닝도 마찬가지다. 해체설이 보도된 지 하루 만인 어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방북한 쿠바 대표단과 함께 이 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오보의 발단은 지난 4일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31일 러시아 공연에서 첫선을 보인 북한의 ‘청봉악단’은 ‘모란봉악단’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한 악단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것이었다. 이 방송은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며 단원 누구는 시집을 가고, 누구는 아버지가 숙청돼 가족과 함께 추방되는 등 이 악단이 해체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전했다. 국내의 한 언론이 그제 이 보도를 이어받고, 종편 등이 흥미진진하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해체는 기정사실화됐다.


모란봉악단의 신년 축하공연 ’당을 따라 끝까지‘가 진행되고 있다_연합뉴스


한반도 상공에는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하는 장비들이 매일 거의 24시간 떠 있다. 지금 부족한 것은 정보 그 자체보다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이다. 부정확한 해석의 출발점은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보려는 습성이다. 모란봉악단을 둘러싼 해프닝도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오는 걸그룹을 북한의 강경파가 어떻게 용인하겠느냐는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다. 과장된 북한 위협론이나 조기붕괴론은 다 이런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다. 새삼 확인한 북한 보도의 부정확성과 오보 생산 메커니즘이 씁쓸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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