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지부진 남북 접촉, 최고지도자들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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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지지부진 남북 접촉, 최고지도자들 의지가 중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8. 24.

어제까지 남북한 고위급접촉이 3일째 이어졌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담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양측이 회담의 결실을 맺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회담을 계속한다고 해서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남북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와 주장을 주고받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접촉은 남북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로부터 수시로 훈령을 받고 있어 ‘대리 정상회담’ 성격을 띤다. 그러나 회담 대표의 급이 높아진 것이 오히려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명백한 협상 가이드라인 제시다. 북측 대표단이 지뢰도발은 남측 자작극이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는 요구만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 제1비서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 남북 최고지도자가 훈령을 통해 적극 개입하면서 회담의 판은 커졌지만 출구 찾기는 되레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뿐 아니라 남북관계 현안까지 거론했던 첫날 접촉 때보다 논의 수준이 퇴보했다.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개입했는데도 회담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남북은 명심해야 한다.



남북이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을 재개한 가운데 2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군 병력이 트럭에 탑승한 채 이동하고 있다._연합뉴스



남북한의 군사적 움직임도 심상찮다. 북한은 잠수함을 대거 기동시킨 데 이어 공기부양정을 휴전선 60㎞ 앞까지 전진배치했다. 남측은 미국과 함께 B-52폭격기 등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이 무력시위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는 것은 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

이번 접촉에서 확인됐듯이 남북 대화는 첫 술부터 배부를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접촉은 돌발적인 군사적 긴장고조 사태를 풀기 위해 마련된 ‘원포인트’ 회담이다. 남북이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부단히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도 쌓지 않고 어쩌다 열린 회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분위기가 깨질 경우 남북관계는 진정 국면에서 다시 악화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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