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국 군부는 즉각 민정 이양하라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태국 군부는 즉각 민정 이양하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5. 25.

지난 20일 계엄령을 내렸던 태국 군부가 22일 쿠데타 선언을 한 뒤 “지금은 민주적 원칙이 정상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며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 군부는 정부 장악에 이어 의회 해산,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잉락 지지자인 친탁신계 레드 셔츠 지도부 구금 등 정치 활동을 완전 통제했다. 총리를 대행하고 있는 쁘라윳 짠-오짜 육군참모총장은 곧 과도 총리를 임명한 뒤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가 “평화를 유지하고 국정 문제를 순조롭게 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잉락 총리가 물러난 뒤 태국 정국은 친탁신계와 반탁신계 지지자 사이의 충돌과 대립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은 정치인이 할 일이다. 군부가 나서서 개입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군부는 정치 지도자를 구금하며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정치 지형을 새로 짜겠다며 시민 주권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태국 친탁신계 시위 참가자가 병사들 사이에 엎드려 있다. (출처 :AP연합뉴스)


이는 태국 군부가 매우 정치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 군부는 영향력 있는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군의 역할과는 무관한 여러가지 사업도 하는 거대한 기득권 집단으로서 과거에도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개입, 정국을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왔다. 2006년에는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탁신 친나왓 총리를 축출하는 쿠데타를 했고 이번에도 역시 반탁신 세력의 쿠데타 요청이 나오자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쁘라윳 총장은 두 갈등 세력의 중간에 위치한 공정한 중재자도 아니고, 그런 역할을 해서도 안된다. 그건 군인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행위이다. 이집트 쿠데타가 이집트 정정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평화를 해친 것과 마찬가지로 태국 쿠데타 역시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일 뿐이다. 반탁신파는 선거라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집권이 어려워지자 여러가지 비민주적인 방식을 주장해왔다. 선거에 불리하다고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파괴하고 나아가 모두를 패배의 길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는 것은 일시적이라고 변명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 태국 군부는 즉각 민정 이양을 하고 병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존경심을 표하는 유일한 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