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7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핵은 인류가 바라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국제사회의 노력을 집중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장거리 로켓) 추가 도발 공언은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한 것은 핵심 당사국 지도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거듭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공조를 끌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엔을 무대로 한 박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유엔 외교는 문제가 많다. 특히 북한의 로켓 발사가 예상되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불과 열흘가량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한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지난 27일에도 “우리가 진행하는 위성 발사는 자주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당장 로켓 발사를 막을 방안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박 대통령의 연설은 기존의 원론적 문제의식을 되풀이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북핵이 최우선적 해결 과제라는 자신의 연설 내용과도 배치된다. 또한 박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경제 개발과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해결 방안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9·19 공동성명 등 기왕의 6자회담 합의보다 오히려 구체성이 떨어진다. 북핵 문제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것을 박 대통령은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유엔총회는 박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구나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 2명의 북한 대표가 박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북한을 북핵 문제 논의 무대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북핵 문제는 일조일석에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마침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경시하는 미국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대담하고 구체적인 해결 구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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