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지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호주를 방문하는 중에 이같이 밝힌 뒤 “몇 달 내를 선호한다”고 말해 조기 배치를 희망한다는 뜻까지 피력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이나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배치를 전면 금지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바로 다음날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발언까지 한 것이다. 미국이 신속하게 대중국 포위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을 포함해 외교안보 현안들이 중첩된 상황이라 한국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에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힌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왼쪽). 시드니(호주)_AP연합뉴스
미국의 INF 탈퇴는 그 자체로 기존의 국제안보 질서를 흔드는 행동이다. 게다가 미국이 2021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까지 탈퇴하면 핵통제 체제의 양대 축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패권국 간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위험한 행동을 미국이 주도한 것은 유감스럽다. 미국의 INF 조약 폐기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있는 사이에 중국이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높여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양국 간 패권 경쟁이 무역갈등에 이어 안보갈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배치 지역으로는 괌 지역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국방부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이 그 난리를 벌였는데 미국이 또다시 한국에 미사일을 배치하겠느냐고 분석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중거리 미사일의 조기 배치를 언급하면서 “이는 동맹과의 논의 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오는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하기로 돼 있는데, 자칫 이 자리에서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거론하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의 강력 반발은 물론이려니와 북한과의 핵 협상까지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한국의 의사에 반하여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혹여 추후에라도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지렛대 삼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압박한다면 한·미동맹은 심각히 위협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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