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난 어선 레이더 탐지까지 시빗거리 되는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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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조난 어선 레이더 탐지까지 시빗거리 되는 한·일관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6.

일본의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가 지난 20일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에 노출된 것을 두고 일본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사건 다음날부터 일본 방위성이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 해상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준했다”고 연이틀 항의하더니, 23일에는 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이 트위터를 통해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로 용서하기 어렵다.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의 해명은 무시하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거 같으면 문제도 되지 않을 사안마저 시빗거리가 될 정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고 씁쓸하다.

 

사건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공해상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의 구조신호를 포착한 뒤 구조 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북한 어부들 일부가 사망한 터라 해군은 항해용과 대공 레이더는 물론 사격통제 레이더까지 총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야 하는 급박한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현장에 접근한 자위대 항공기가 레이더에 노출된 것을 두고 한국군이 공격행위를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당장 자위대 항공막료장을 지낸 우익 논객 다모가미 도시오가 나서 일본의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주변에 다른 항공기가 있었더라도 레이더 전파를 받았을 것”이라며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함정 내 여러 부서에서 동시에 안전장치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격통제 레이더 전파를 받았다고 해서 적대행위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함정의 레이더 탐지는 통상적인 행위로 공격할 의도가 없는 게 분명한데 왜 과민반응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을 두고 일본 측이 사흘간이나 한국을 비난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받아 마땅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반한 정서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일본의 보수 정권은 북한의 위협을 자국의 군비확충 명분으로 삼아왔는데 이제는 한국까지 걸고넘어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이 커져가는데 양국 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본은 이치에 닿지 않는 한국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측도 일본에 이번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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