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싸움꾼’ 엘리자베스 워런의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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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싸움꾼’ 엘리자베스 워런의 등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2.

2017년 2월 미국 상원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가 열렸다. 인준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마틴 루서 킹 목사 부인이 과거 세션스를 비판하며 상원에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는 사문화되다시피 한 상원 규정을 끄집어내 ‘워런 의원 발언 금지’를 안건으로 상정해 가결시켰다.

 

매코넬은 “워런은 경고를 받았다. 설명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집요하게 계속했다(Nevertheless, she persisted)”고 입장을 밝혔다. 워런의 규정 위반을 강조한 것이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집요하게 계속했다”는 표현은 워런의 투쟁과 진보주의자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부상했다.

 

미국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워런은 ‘싸움꾼’을 자처한다. 2014년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싸울 기회>(A fighting Chance)다. 이 책에는 싸움(fight)이란 단어가 200회 넘게 나온다. 최근 출간된 저서 또한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This Fight is Our Fight)란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중산층이 몰락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현실을 전하면서, 자본의 로비에 넘어가 대기업 편에 선 정부와 정치인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흙수저’ 출신으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이른 그는 금융규제 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일관되게 주창해왔다.

 

2018년의 마지막 날, 워런이 예비 선대위 출범을 알리며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영상에서 “미국의 중산층이 공격받고 있다”며 부자·대기업에 유리한 감세정책을 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뉴욕타임스는 ‘대기업 이익에 맞서 싸우는 전사’라는 워런의 정치적 브랜드가 자산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워런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는 워런이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며 불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워런은 자신을 둘러싼 회의론에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어떻게 백전백승의 인생을 살 수 있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자서전 <싸울 기회>)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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