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WHO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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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WHO 신뢰도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2. 26.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2월26일 (출처:경향신문DB)


세계보건기구(WHO)는 1948년 창설 이래 세계 시민들의 건강과 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천연두와 결핵,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 등 전염병뿐 아니라 노화, 식품 위생, 영양 문제까지 활동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세계보건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대처에서 WHO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WHO는 지난해 말 늑장대응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 괴질이 중국 우한에서 확산하는데도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했다. 28일에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고까지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 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던 때였다. 그러다 30일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중국이 아닌 주변의 다른 나라들의 문제 때문”이라고 중국을 옹호했다.


WHO 국제조사팀 파견도 마찬가지다. 전염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수수방관하다가 2월9일에야 국제조사팀을 보냈다. 중국이 발병을 처음 보고한 지 한 달 반, 국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난 뒤였다. 더욱이 조사팀은 베이징, 광둥성, 쓰촨성을 방문하면서 정작 진원지인 우한을 빼놓았다. 비난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방문했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화룡점정이었다. WHO는 우한지역의 병상 부족과 열악한 치료 실태에는 눈을 감았다. 대신 “중국이 특별하고 역사상 가장 야심차고 민첩한 조치를 했다”면서 “전 세계가 당신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가 중국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노골적이고 불공정한 중국편들기다.


2017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으로 WHO 수장에 올랐다. 중국은 10년간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그를 지원했다. 국제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www.change.org)에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인터넷청원이 늘고 있다. WHO가 ‘Woo Han Organization(우한기구)’이라는 말도 나온다. WHO는 지구인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중국이나 우한만의 대변인이 아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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