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연합훈련 축소, ‘한반도 경색’ 푸는 단초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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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한·미 연합훈련 축소, ‘한반도 경색’ 푸는 단초 되기를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2. 26.

정경두 국방장관(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의 합참의장이 신종 코로나에 관한 우려로 (3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에 관한 사항은 양국 합참의장끼리 협의해 국방장관에게 보고해 결정하는데, 이르면 주내에 결론이 날 수 있다고 한다.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도 연합훈련 실시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은 것이다. 양국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한국군은 확진자가 18명에 이른 데다 2차 감염 가능성이 있어 야외훈련을 전면 중지한 상태다. 주한미군도 대구에 거주하는 군 가족 1명이 확진자로 판명돼 대응 단계를 높였다. 또 3월 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PX)이지만 미 본토나 주일미군 기지의 일부 지상 장비와 항공기도 훈련에 참가해왔다. 한국군이나 주한미군 모두 정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 원래 규모대로 훈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양국은 훈련을 축소·연기·취소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해왔다. 미국은 이번 훈련을 축소하더라도 꼭 실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들여온 장비가 있는 데다 계획된 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때에 한·미 양국군 장교들이 밀폐된 지하벙커에 모여 훈련하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도 지금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사회에 예방약품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미가 일단 연합훈련을 하면 북한도 대응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굳이 훈련을 실시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훈련을 연기해 경색된 북·미, 남북 관계개선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한다고 당장 북·미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대화 모멘텀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북·미 회담 답보에 불만을 품고 있는 북한이 연합훈련을 빌미 삼아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남측으로서도 개별 관광을 추진하려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를 넘어 연기함으로써 그 단초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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