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힘 받는 ‘중동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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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저유가로 힘 받는 ‘중동 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8. 23.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중동이 혼란스럽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이후 중동은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굴곡 속에서도 제2의 중동 붐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더욱 폭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유가는 단기적이며 중동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 붐은 ‘돈 펑펑 쓰는 졸부’와 같았던 1970~1980년대와는 다르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대비해 중장기적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내부로부터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개방을 통해 세계경제와 소통하려 하는 것이 현재 중동의 경제다. 석유를 추출하는 업스트림(upstream)뿐만 아니라 가공 및 유통인 다운스트림(downstream)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 조립, 금속 가공, 포장재 등 제조업 중심형의 산업과 인재 및 두뇌를 유치해 정보기술(IT) 산업 등을 발전시키려는 지식집약형 산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불만의 근원인 실업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걸프 산유국들은 또 원자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도의 정비 및 개정, 공단 및 자유지대 설치, 항만 및 인프라 정비 등의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는 중동 및 이슬람권에서 일자리 창출은 정권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인구 증가는 연평균 2%에 달하는데 고용 창출을 위한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의 발전은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란경제개황, 이란원유생산량_경향DB


석유자본을 바탕으로 한 중동의 투자여력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되고 있다. 현재 중동의 국부펀드는 1조85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국부펀드 규모 상위 10개 국가 중 4개가 중동에 위치해 있다. 1000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운용하고 있는 소위 ‘슈퍼 세븐(Super Seven)’ 중 4개가 중동의 국부펀드다. 이들 국부펀드가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큰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자본을 미래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산업시설은 물론 부동산 및 스포츠 구단에도 투자해 미래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중동 경제의 거인, 이란이 잠에서 깨고 있다. 인구, 자원, 식량자급, 수자원 등 성장잠재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중동 국가가 바로 이란이다. 경제제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 국가였다. 이미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은 이란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은 낙후한 산업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축적될 자본의 상당 부분을 사회간접시설 건설,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등 경제재건 및 사회안정과 연관된 부분에 투입할 것이다. 때문에 이란 시장이 개방되면 향후 10년간 1조달러 이상의 건설 및 플랜트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중동 붐으로 중동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적극적이면서 효과적인 윈윈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적 그리고 가격적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플랜트 산업에 대한 수주를 유지해 가면서 제조업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적의 송환에 왕실 전용기를 내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다른 나라에도 확대해야 한다. 중동 신세대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는 한류를 바탕으로 문화적·인적 교류도 늘려야 한다. 이들 협력의 가교역할을 할 전문인력 양성도 필수적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진출과 협력이 급변하는 이슬람권 시장에 접근하는 우리의 새로운 코드가 되어야 한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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