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론통제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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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중국의 여론통제 ‘역주행’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10. 3.

예전에 중국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미팅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성이 “BMW에 앉아 울더라도 자전거 뒤에 앉아 웃지 않겠다”고 말하자 젊은층에 배금주의가 지나치다는 한탄과 함께 누가 이 여성만 탓할 수 있느냐는 자성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돈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지만 중국인들의 배금주의는 유별나다. 많은 중국인들이 무신론자 때문이란 해석도 있고,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이유를 든다. 내것부터 챙기는 자기중심적 성향도 유명하다.

요즘 들어 중국에서 부쩍 두드러지는 정좌경우(政左經右)의 흐름을 보면서 중국의 배금주의와 자기중심주의가 정치적 억압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좌경우는 정치에 대해 채찍 정책을 강화하면서 고삐를 죄고, 경제는 개방을 가속하면서 통제를 푼다는 의미다. 서구 자본주의를 과감하게 수용하되 정치는 중국식을 고집한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결국 국민들을 정치에 눈감게 만들고,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시키려는 지도층의 통치전략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경향DB)


중국이 1978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잡은 이래 정좌경우는 일관된 통치전략이었다. 하지만 요즘 가해지는 정치적 통제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사람들의 의식수준 향상에 비춰 정도가 심하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쪽으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정치개혁을 시도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 큰 탓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인터넷·모바일 여론 통제 소식과 지식인과 반체제 인사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중국이 시간을 거슬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중화권 매체에는 시쩌둥(習澤東·시진핑+마오쩌둥의 합성어)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군중노선, 자아비판처럼 마오쩌둥 시대에 풍미했던 말들이 화두가 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중국 공산당은 비판과 자아비판이 당의 3대 보배라고 자랑하지만 과거 권력투쟁과 숙청의 수단으로 악명 높았던 것이기에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인터넷만 해도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민의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지만 사회안정과 유언비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규제는 더욱 촘촘해지고 대중과 격리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거나 언론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수렴한다. 중국은 이와 달리 언론에서 당이나 정부의 의도에 반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지도자 동정을 전하는 방송 뉴스는 지도자가 말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국민을 사상 공작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반면 경제에서는 서구식 자본주의를 본뜬 시장화가 갈수록 강조된다. 국제경제 체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려는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중국이 제2의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신호탄이고, 다음달 열리는 18기 3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을 향한 의지는 더욱 강도 높게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배고픈 시절 정좌경우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산층의 확대는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경험한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 지도층이나 언론들은 경제에서 보편적 길을 따르려 하면서도 정치만은 유독 중국식을 강조한다. 뭐가 두려운 것일까? 정좌경우는 56개 소수민족과 14억 거대 인구가 살아가는 중국에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중국을 보면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물질적 욕망 충족으로 방어하고 결국 국민들에게 정치적 우민화를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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